러시앤캐시, J트러스트와 ‘질긴 악연’

대부업을 하다 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한 에이앤피파이낸셜(브랜드명 러시앤캐시)과 친애저축은행을 먼저 인수한 뒤 대부업 및 캐피탈업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일본금융지주사 J트러스트의 악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러시앤캐시의 예주ㆍ예나래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두 회사가 저축은행 업계에서 맞장 승부를 벌인다.

공교롭게도 러시앤캐시는 지난 2011년 일본을 대표하는 소비자금융 업체 ‘다케후지’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전에서 J트러스트에 밀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다케후지 인수전에 전세계 금융사들이 참여했고 러시앤캐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먼저 선정됐다. 하지만 러시앤캐시가 국내 영업정지와 맞물리면서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했고 결국 J트러스트가 다케후지를 인수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러시앤캐시가 J트러스트를 상대로 지난 2012년 10% 계약금 반환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다.

일본에서 맺은 악연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러시앤캐시는 9차례에 걸쳐 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반면 J트러스트는 2012년 자회사인 KC카드를 통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현 친애저축은행)을 인수 성공한 것이다.

J트러스트측이 대부업체를 통해 인수를 시도 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당시 KC카드가 할부금융사로 일본 금융청에 등록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러시앤캐시측은 KC카드가 국내의 일반적인 신용카드 회사가 아니며 J트러스트가 일본의 대부업체가 모여 단기간에 큰 금융사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대부업체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J트러스트는 SC저축은행ㆍ캐피탈은 인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아주캐피탈 인수전에도 참여하면서 국내 서민금융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장기적으로 대부업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J트러스트는 사실상 이 정책방향의 적용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영업 양수도를 통해 저축은행의 계열 대부업체 자산은 적극 정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J트러스트가 KJI대부, 하이캐피탈대부, 네오라인크레디트 등 3개 계열 대부업체 자산(3000억원)을 친애저축은행에 영업양도할 경우 친애저축은행은 SBI, HK저축은행 등과 함께 상위권 저축은행으로 급성장하게 된다.

여기에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러시앤캐시가 ‘오케이저축은행’을 출범하며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자금력을 이용해 추가로 저축은행을 인수에 나설 예정이어서 두 회사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