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부 사태 ‘신뢰와 정도’ -하장청 자본시장부 기자

입력 2014-07-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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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금융권이 떠들썩하다. 동부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논란도 구설수에 올랐다. 동부제철이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임박하면서, 계열사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고수익 채권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의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가능성으로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신용리스크 확산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부그룹은 기업 구조조정 차원보다 오너 일가와 채권단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의 우위와 금융 계열사만을 지키기 위한 의도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 중심에 흑자 계열사인 동부화재가 있다.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동부팜한농 등 비금융 계열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김준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31.3%이며, 이 가운데 25.7%가 비금융 계열사의 자금 마련 등을 위해 담보로 잡혀 있다. 김 회장 장남 김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 14.06%를 놓고 채권단과 마찰을 빚고 있다. 채권단에서는 김씨의 동부화재 지분 담보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자 하지만 김 회장은 동부화재 경영권을 뺏기는 것과 직결된다며 지분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도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박삼구 회장 등 오너일가의 계열사 보유주식과 자산 등의 사재를 출연하며 유동성 위기가 일단락됐다.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과 금호산업,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의 경영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

경영권이 기업의 생존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기업을 믿었던 투자자들의 손실보다 경영권 지키기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기업 경영에서의 핵심은 신뢰와 정도에서 출발한다는 기본을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 비워야만 다시 채울 수 있는 기회도 올 것이다. 동부그룹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과정 속에서 한 단계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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