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계준 서울대 지리학과ㆍ한국선진화홍보대사
세계가치조사협회(World Value Survey Association)는 지난해 50여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일반신뢰 지수와 관련된 조사였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신뢰지수는 30위. 10명 중 3명만이 타인을 믿을 수 있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어릴 적 어른을 공경하며 도덕적이고 책임감 있는, 소위 ‘된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그러나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좋은 성적, 좋은 대학’을 위한 것으로 바뀐다. 입시 위주의 교육, 즉 결과 중심적 교육으로 변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만 하면 과정이 어찌되었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시 위주 교육의 문제다. 이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도 마냥 “요즘 젊은 세대는 버릇이 없고 자기만 안다”며 폄훼한다.
2012년 만 19세부터 만 50세 이상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대갈등 및 공동체 의식에 대한 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사람들은 20대를 ‘욕심이 많고 이기적인 세대, 명품을 좋아하는 세대’로 인식한다. 50대 이상은 ‘배려가 많은 세대, 보수적이고 국가의 세금을 많이 사용하는 세대’로 불린다.
각각의 영역이 뚜렷하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구성원 간에 형성된 고정관념과 편향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이는 건강한 사회, 소통하는 사회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이렇듯 ‘불신’으로 깊어진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편견은 인성교육으로 해소할 수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세대 간 소통의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세대 간 소통을 위해 먼저 청소년이 인성과 소통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기초 소양과목의 확대와 학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는 가정과 유치원에서부터 ‘더 나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교육받으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이 생각하는 훌륭한 사람은 각각 차이가 있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절실한 상태다.
이러한 인성교육은 하루아침에 실현될 수 없다. 스폰지처럼 다양한 지식을 흡수하는 청소년들의 교육현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먼저 왜곡된 교과과정의 수업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 가정과 학교를 제외하면 청소년들이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만큼 학교 교육이 청소년의 인성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도덕, 사회 등의 수업뿐만 아니라 ‘창의적 재량 수업’도 필요하다. 기초소양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학부모와 학생이 주체가 되는 ‘멘토-멘티’ 교육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학교에서 학부모, 교사, 학생이 참여하는 ‘대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각자 솔직한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세대 간의 오해를 풀어나갈 수 있다.
세대 간 소통은 비단 ‘세대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판이한 생각들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인격적으로 바른 사람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장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