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수집에서 유통까지 ‘선수들’ 일상 낱낱이 파헤쳐… 정보의 폭력성•부작용 언급
증권가에선 정보 수집에 능하고 마당발이라고 자부하는 정보맨들조차 영화 ‘찌라시’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정보맨들의 일상이 낱낱이 파헤쳐졌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영화가 종영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영화 찌라시의 내용은 이렇다. 정상을 눈앞에 둔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연예계가 혼란에 휩싸인다. 그 이유를 놓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다. 증권가 찌라시에서 국회의원과의 불륜 관계로 회자되며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된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이 소문의 근원지에 조금씩 다가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온갖 루머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그 안에 담긴 근거도 정확한 출처를 밝혀내기 어렵지만 찌라시 위에 또 덧칠해진 찌라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정보를 유리한 쪽으로 조작하기도 하고 폭로전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등 부작용을 발견할 수 있다.
현실은 어떨까? ‘찌라시’란 이름에서 ‘정보지’로 바뀌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사설 정보지는 온라인 정보지와 오프라인 정보지로 나뉜다. SNS, 메신저 등 온라인을 통해 단문으로 정보가 전달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CEO Report, NEONEWS, 리서치신문 등이 대표적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누구나 한 번쯤 접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지는 소위 ‘선수’라고 불리는 각계의 정보맨들이 ‘월요모임’, ‘화요모임’ 등 정보모임을 통해 일정 기간을 두고 만나면서 서로가 들은 소문들을 공유한다. 그중 믿을 만한 정보라고 판단되는 내용들을 기사화해 유료 회원제로 배포한다. 일부 매체는 문서 암호도 포함하고 있다. 주로 가십성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일주일에 몇 차례씩 발간되고 있다. 주로 다루는 내용들은 정치, 경제, 재계, 사회, 언론, 금융, 국제, 관가 등의 정보다.
주식 관련 정보나 연예 관련 내용들을 담았던 ‘증권사 찌라시’는 정부의 집중적인 단속 이후 음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검찰, 언론의 내부 동향을 담고 있는 정보지와 달리 연예 관련 스캔들이나 은밀한 사생활로 채워지며 ‘증권사 찌라시’란 이름으로 전달되고 있다.
과거에는 권력비리와 관련한 정치·경제 이슈가 주를 이뤘지만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연예 관련 내용이다. 대표적으로 가장 최근에 불거진 것이 연예인 성매매 의혹 사건이다. 해당 연예인들의 실명은 물론 구체적인 금액까지 나돌면서 파장이 커지기도 했다.
찌라시나 엑스 파일(X-File)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그 안에 진실도 일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를 접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낭설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정보가 집중되는 현상 속에서 찌라시를 통해 마치 일급비밀이라도 접한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찌라시를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거나 사실을 호도하기도 한다.
찌라시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하지만 때에 따라 주관적인 해석이 덧붙여진다. 말이 또 하나의 말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이슈의 본질을 왜곡시키며 파생 효과는 크게 나타난다.
영화 찌라시가 시사하는 바는 “비밀이 진실을 잃으면 찌라시가 된다”는 것이다. 비밀에 다가가려는 심리적 요인이 빚어낸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