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결국 사퇴…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언론-정치권 성토

입력 2014-06-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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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는 신앙고백 해도 되고, 나는 안되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내정 2주만인 24일 오전 후보직을 자진사퇴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저를 거둬들일 수 있는 분도 그 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늘 총리후보를 자진사퇴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데 대해 마음 속 깊이 감사함을 느낀다”며 “밤을 새우며 취재를 하시는 기자들을 보면서 제 40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히 몇 말씀 드린다”고 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겠다는 말씀에 공감했다.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겠다는 말씀에 저도 조그마한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고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이 나라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하는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돼 버렸다”고 했다.

◇ ‘역사인식’ 논란, 억울함 토로… 언론-여론-정치권 비판 = 그는 그러면서 역사인식 논란을 불러일으킨 온누리교회 강연 등을 보도한 언론, 그리고 이에 따라 ‘임명 불가론’이 비등해진 여론, 청문회 개최도 반대한 정치권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문 후보자는 “저는 민주주의, 특히 자유민주주의 신봉하는 사람”이라면서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그리고 천부적인 권리는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제도로 이를 위해선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정치가 된다. 이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고 주장했다.

또한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다.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 그것이 전체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로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청문회 개최 자체를 반대한 야당과 여당 일각도 성토 대상이 됐다. 그는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 그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이라며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다. 국회가 스스로 만드는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나”라고 따졌다.

◇ “DJ는 신앙고백 해도 되고, 나는 안되나” = 문 후보자는 온누리교회 강연 등 교회 내 발언이 논란이 된 데 대해서도 재언급, “제가 평범했던 개인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다”며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다. 저는 그렇게 신앙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은 괜찮은 것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그는 “제가 친일과 반민족이라는 주장에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도 “저의 가족은 문남규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다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아버지로부터 듣고 자랐고 뜻밖에 저의 할아버님이 항일투쟁 중에 평북 삭주에서 순국하신 것이 밝혀져 건국훈장애국장이 2010년 추서된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의 손자로서 국가보훈처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거쳐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조부에 대한 예우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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