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뒷담화] 기아차 ‘올 뉴 카니발’, 유럽 수출 포기한 까닭은?

입력 2014-06-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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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23일 9년 만에 새단장한 ‘올 뉴 카니발’을 출시했습니다.

소비자의 관심은 대단합니다. 지난 5월 22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은 카니발은 영업일 기준 20일 동안 1만2000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하루 평균 600대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지난 2011년 출시된 기아차의 베스트셀링카 ‘모닝’은 당시 하루 평균 500대가 사전 계약됐습니다. 카니발이 이를 뛰어넘었으니 국내 미니밴 열풍은 과거와 달리 매서운 것 같습니다.

국산 미니밴 신차가 너무 오랜만에 등장한 것도 카니발의 인기 비결로 꼽힙니다. 카니발이 9년 만에 2세대에서 3세대로 진화할 동안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는 미니밴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혼다, 토요타, 시트로엥, 크라이슬러 등 수입차업체가 미니밴을 선보였지만 국산 미니밴보다 2000만원가량 더 비싸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어려웠죠. 한 국회의원의 경우 “중고 카니발을 바꾸고 싶은데 가격 뿐 아니라 국민 시선도 있어 수입차로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고 털어놨습니다.

카니발은 해외에도 출시됐습니다. 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미국을 시작으로 중동, 중남미, 중국 등에 순차적으로 카니발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유독 유럽만 카니발의 수출 지역에서 제외됐습니다. 기아차가 올 뉴 카니발의 유럽 수출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카니발은 유럽에서 완전 철수하게 된 것이죠.

기존 2세대 카니발은 2011년 초부터 유럽 수출용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최근까지 일부 재고 물량이 유럽에서 소규모로 판매됐지만 이제는 유럽에서 카니발 판매는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2세대 카니발과 신형 3세대 카니발이 유럽 수출을 포기한 외형은 같지만 속 사정은 다릅니다.

2세대 카니발은 유럽의 환경 규제를 지키지 못하면서 수출이 중단됐습니다. 유럽연합(EU)은 경유차의 배기가스 규제단계인 유로(EURO)1을 1992년 처음 도입했습니다. 이후 환경 규제를 한 단계, 한 단계 강화하며 올해 9월부터는 유로6를 시행합니다. 유로6는 대형경유차의 경우 질소산화물(NOx)을 유로5 단계(2.0kWh)의 5분의 1 수준인 0.4gkWh까지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아차의 2세대 카니발은 이 같은 환경규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환경세를 물고 카니발을 파는니 오히려 수출을 중단하는게 득이 될 것으로 기아차는 판단한 것이죠.

근데 기아차는 3세대 카니발 역시 유럽 수출을 포기했습니다. 기아차는 이 차량에 탑재된 R2.2ℓ E-VGT 디젤 엔진은 유로6 규제 인증을 받았다고 자신있게 밝히고 있습니다. 환경 규제도 만족하고 오랜 시간 공도 들인 카니발을 해외 일부 시장에 선보이지 않겠다 하니 언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유럽의 미니밴 시장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유럽에서 대형 미니밴의 경우 연간 14만대 정도의 시장 규모에 그치고 있고 이마저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며 “환경규제는 만족했지만 시장 규모를 고려해 유럽에 신형 카니발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기아차는 중형 미니밴인 ‘카렌스’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초 국내에 처음 출시된 신형 카렌스는 지난해 중순부터 유럽 시장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사실 대형 미니밴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시장 규모가 쇠퇴하고 있는 차종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가족여행, 캠핑열풍이 불면서 미니밴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고 있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제네럴모터스(GM)와 포드는 미국 시장에서 미니밴 차종을 정리했습니다. 크라이슬러도 지난달 1984년 첫 선을 보인 미니밴 ‘닷지 그랜드 캐러번’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미니밴 시장을 크로스오버차량(CUV)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작으면서 연비는 좋은 CUV가 선진 시장에서는 각광을 받으면서 다른 세그먼트의 수요를 뺏어오고 있는 것이죠.

한 외신에서는 “이제 미국의 어머니들은 차량만 크면서 성능은 개선되지 않는 미니밴을 외면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시장은 해외 시장과 커플링을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올 뉴 카니발이 국내에서 보이고 있는 성과를 해외에서도 거둘 수 있을 지를 두고는 업계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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