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으로 인한 치솟는 유가, 해묵은 금리인상에 중국 긴축우려까지 연거푸 터지는 악재로 주식시장은 나흘째 하락했다.
이쯤하면 기술적 반등 기대감이 솔솔 나올 시점이나 지금 시장은‘반등’을 논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그만큼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 역으로 말하면 모두들 바닥을 모른다고 할 때가 최악의 상황이길 바라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나흘만에 1300선에서 1230선까지 70포인트 가량 밀린 상황이나 저점을 쉽게 논하기는 힘들다는데 동의했다.
한동안 숨어있던 유가 변수가 이스라엘과 레바논, 이란 등 지정학적 우려로 인해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무엇보다 시장이 돌아서려면 ‘유가안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이다. 다만 19일 버냉키 의장의 의회연설이 시장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꽁꽁 얼어붙은 투자심리의 배경에는 고유가로 인해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커짐에 따라 하반기 가장 큰 기대를 걸던 실적 모멘텀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향후 유가와 미국시장의 흐름이 불안하다는 심리가 팽배하다”며 “글로벌 리스크 확대에 외국인도 지속적인 매도를 보이고 있어 마지노선을 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마저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긴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 중국이 고도로 성장함에 따라 위안화 절상이나 금리인상, 혹은 위안화 변동폭 확대 등 그 무엇이라도 긴축 수단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재차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상황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나 전 저점을 뚫고 내려갈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유가가 오르고 있고, 금리 등 글로벌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전 저점인 1200선 수준에서는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재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연방기금 선물이나 국채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는 8월이후 FOMC의 추가적 금리인상이나 콜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지금 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상품가격 상승이 재차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또한 중장기적 실적모멘텀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현재는 단기적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실적모멘텀이 가려져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유가, 금리 등 거시변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시변수인 실적모멘텀이 묻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거시변수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향후 기업활동 여건이 예측가능할 때 실적 모멘텀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고유가가 지속됨에도 하반기 양호한 실적모멘텀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허 연구원은 “중국관련 긴축 우려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중국의 수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정부가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을 줄 만한 긴축정책을 펼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덧붙여 전반적으로 약세장이 지배하고 있으나 전일 미국시장이 급락세를 멈췄다는 점에서 미약하나마 반등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