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대기업에 맞서는 변호사의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 '개과천선'이 최근 증권사에서 마치 실화처럼 그럴싸한 내용으로 연일 화제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부조리한 사건들을 재조명하면서 다시 환기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입니다.
운용사 펀드매니저들과 증권사 직원들은 개과천선에 나온 스토리가 치밀하고 동양 사태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며 드라마 종영 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과천선은 동양그룹 사태를 모티브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극 중 대기업의 오너는 과거 방만한 경영으로 그룹 전체가 도산 위기에 빠지자 증권사를 비롯한 알짜 계열사만으로 그룹을 재편하고 나머지 부실 계열사들은 공적 자금으로 정리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너는 치밀한 계획 하에 고의 부도를 낸 뒤 부실 계열사들을 법정관리로 넘기고 자신이 사전에 마련해 둔 비자금과 사재를 빼돌려 대만 증권사를 통해 증권사 등 나머지 계열사들을 재인수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룹이 자금난에 빠지자 기업어음(CP)을 발행했습니다.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부실계열사에도 CP를 발행하며 증권사를 통해 개인 고객들에게 판매가 되었습니다. 무분별한 CP 발행으로 인해 우량계열사를 법정관리에 넘기는 수순까지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동양CP사태는 1만9904건의 피해사례와 7343억원의 피해액을 남겼습니다. 동양 사태의 경우 기업의 청산가치가 변제해야 하는 금액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동양그룹 내에서도 비교적 우량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동양시멘트와 같은 기업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파장이 커진 모습입니다. 높은 이자율만 믿고 투자한 개인들의 피해만 늘어나게 된 것이죠. CMA라는 히트상품을 내놓았던 동양증권은 CP 판매에 있어서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신뢰를 받기엔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방만 경영의 문제가 아니었을까요? 기업가의 도덕적 해이가 그 정도를 넘어섰다고 보여지며 금융당국에서의 투자자 보호 강화가 시급한 당면 과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