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협업’이 성장이다] 한 우물만 파는 건 한계… 한눈 팔다 ‘뜻밖의 보물’

입력 2014-06-16 11:0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또봇’장난감에 車디자인 활용 비용 절감… 대우일렉 세탁기‘미니’디자인·기술팀 1년간 회의 끝에 탄생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한 분야의 기술력만으로는 시장에 진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다른 기업과 힘을 합하면 시장에 진출하는데 필요한 초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만큼 제품이 성공 확률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최근 기업 간 협업이 늘어나는 이유다.

기업이 부서 간 칸막이를 낮추는 것도 같은 이치다. 디자인과 생산, 재무와 인수·합병(M&A) 부서와 같이 서로 시간차를 두고 업무 협력을 하던 부서들은 이제 초기 단계부터 머리를 맞댄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구상할 뿐 아니라 최적의 거래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기아자동차와 완구업체 영실업이 손을 잡은 것은 기업 간 협업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영실업 지난 2009년 기아차와의 디자인 라이센스 협약을 맺었다. 이후 영실업은 기아차의 K3, 레이, 쏘렌토, 쏘울 등의 차량을 모델로 한 변신 로봇 완구인 ‘또봇’을 선보였다.

영실업은 기아차와의 협업을 통해 장난감 디자인을 위한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디자인에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성과였다.

영실업과 기아차는 또봇은 기획단계부터 함께했다. 이들은 수직적 협업구조가 아닌 수평적 협업구조로 작업을 수행했다.

영실업은 2009년 또봇 시리즈를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누적판매 700만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봇의 시리즈 수는 19개다. 이중 처음 출시된 또봇X와 또봇Y는 2013년 말 단종될 때까지 각각 40만개와 42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봇X는 쏘울, 또봇Y는 포르테쿱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또봇 쿼트란은 6개월 만이 5월 현재 25만개가 팔릴 정도로 히트를 쳤다. 이 덕분에 지난해 크리스마트 때 또봇은 레고보다 더 많이 팔리는 완구가 됐다. 영실업은 또봇을 통해 연간 50%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00억원을 기록하며 완구시장 판매 1위에 올랐다.

기아차는 또봇을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은 기아차의 전 모델을 줄줄 외울 만큼 또봇의 인기는 높다. 기아차는 아이들 뿐 아니라 완구의 구매 주체인 부모들에게도 기아차의 호감도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기아차가 자사의 디자인을 영실업에 제공하면서 아주 미미한 수준의 로열티만 받기로 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꼽힌다. 기아차는 자동차 모델료를 또봇 완구로도 받았다. 이 완구는 저소득층 아동이나 복지기관에 기부하거나 공장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에 나눠주는데 쓰였다. 또봇을 통해 대-중기 간 상생을 실현한 셈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벽걸이 세탁기 ‘미니’는 내부 조직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사례다. 미니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대우일렉트로닉스 부활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서 내 팀들이 힘을 합쳐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 결과,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단 획기적인 제품이 탄생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012년 4월 세계 최초로 벽걸이 세탁기 미니를 출시했다. 원래 제품 개발은 디자인팀에서 제품을 디자인한 후, 기술팀에서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미니의 경우 이 같은 형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아이디어 도출 과정부터 디자인팀과 기술팀이 한데 모여 세탁기 사용 시 불편한 점이나 개선할 수 있는 부분 등 세탁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1년이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 어느 날 허리를 구부려 빨래를 꺼내는 것이 번거롭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이에 대해 누군가가 “그럼 그냥 세탁기를 공중에 매달아 버리면 어때?”라고 농담처럼 던진 말이 그대로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디자인팀만 있었다면 그냥 웃어넘겼을 한 마디 말을 기술팀 받아 “벽에 달아보자”고 제안한 것. 이 같은 부서 내 조직 간 협업이 있었기에 대우일렉트로닉스의 효자 상품이자 세계 최초의 벽걸이 세탁기 미니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들은 서로 다른 관점과 실현 방법을 결합,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제품 혁신의 단서를 찾았다.

싱글족과 신혼부부 가정을 메인 타깃으로 한 미니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두께를 29㎝로 축소하고, 밤 늦게 귀가한 직장인도 심야 빨래를 할 수 있도록 소음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또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으로 전기료, 물값 등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미니는 출시 1년 6개월 만에 국내에서만 4만대가 넘게 판매됐고, 30여개 나라로 수출되는 등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