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과 ‘빅맨’이 시청자에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 [김민정의 시스루]

입력 2014-06-1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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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안방극장에서는 구시대의 리더와 현시대의 리더가 공존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각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전형을 그려내며 시청자와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간다. 정통사극을 표방한 KBS 1TV ‘정도전’에서는 실존인물인 정도전을 내세워 여말선초 격동의 시기를 이겨내고 500년 왕조 기틀의 근간을 마련한 조선건국기의 리더상을 표현해낸다. KBS 2TV ‘빅맨’에서는 현시대에 있을까라는 의문을 자아낼 만큼 이상적인 리더상을 그리며 기업 CEO에 요구되는 역량을 역설한다.

두 드라마가 우리사회에 던지는 리더십에 대한 메시지는 약 600년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닮아있다. 정도전의 이상은 ‘백성이 근본이 되는 나라’였다. 그는 비주류로 고려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사람으로 숱한 유배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서 백성들의 목소리에 통탄하고 가슴아파하며 민본애민 정치가로 거듭났다. 자신과 뜻을 함께하고 이상을 실현해 줄 사람인 이성계를 찾아가 새로운 왕조를 만들어 내고 백성의 눈물을 닦아 내고자 역성혁명을 단행한다. 이성계와 조선을 건국한 이후에도 그는 끊임없는 간언으로 자신이 꿈꾼 이상을 제도화 시켜 나갔고 임금과 신하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왕도 정치를 표방했다. 정도전은 이성계에게 왕이 갖춰야 하는 덕목에 대해 “듣는 것이다. 참는 것이다. 품는 것이다”라고 직언한다.

현시대의 리더를 그리는 ‘빅맨’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빅맨’에서는 김지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극 중 김지혁(강지환)은 뛰어난 교섭능력을 발휘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 일명 가방끈이 짧고 경영에 무지한 김지혁이 거대한 재벌가 현성그룹에 맞서 싸우는 힘은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확고한 신념에 있다. 그는 직접 시장상인들과 온몸으로 부딪혀 설득해내는가 하면 돈에 눈이 멀어 배신한 부하직원도 ‘사람보다 먼저인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다시 품는 포용을 보여준다. 반면 동석(최다니엘)이라는 대비되는 인물을 통해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사는 힘 있는 자들의 횡포와 그들의 권력승계, 담합 등에서 비롯된 얼룩진 사회상도 표현한다. 부정부패를 일삼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교묘하게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관료주의의 병폐를 대비되는 인물을 통해 구현해내며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리더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정도전’과 ‘빅맨’이 시청자들에 큰 호응을 얻는 이유는 현 시대가 요구하는, 그리고 우리 바라고 꿈꾸는 리더상을 잘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 부재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인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최근 조재현은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이 2014년 대한민국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지금 같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 지금 시점에서 매우 예의주시하면서 보는 듯하다”고 ‘정도전’의 인기요인을 분석했다.

600여년의 시간을 무색하게 만드는 리더십은 하나다. 자기생각을 강요하고 고집하는 리더가 아닌 소통하고 배려하고 포용하는 구성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가슴 뜨거운 사람이다. ‘정도전’과 ‘빅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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