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왜 2% 부족할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6-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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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BS)

SBS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룸메이트’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이 시대에 따뜻함을 줄 수 있는 기대감을 안겼다. 신성우, 엑소(EXO) 찬열, 박민우, 서강준, 조세호, 이동욱, 이소라, 송가연, 2NE1 박봄, 홍수현, 애프터스쿨 나나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연예인들이 한 집에 모였다. 화려한 캐스팅 면면만 보더라도 연출을 맡은 박상혁 PD의 역량과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한 공감대가 잘 형성된 듯하지만 방송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왜 그럴까.

지난 5월 4일 첫 방송돼 7회 방송된 ‘룸메이트’는 아직도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룸메이트’를 볼 때 주요 내용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부엌에서 요리한 후 다 같이 먹는 것이 전부이다. 멤버들은 항상 할 일이 없어 방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드라마를 보고 때 아닌 연기 도전에 나선다. 장난감 헬리콥터를 날리는가 하면 나홀로 고정 카메라 앞에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본다.

‘연예인의 사생활’이라는 시대 불변의 흥미 있는 소재를 잡았음에도 ‘룸메이트’에 대한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룸메이트’에 사생활은 있지만 이야기가 없다. 11명이나 되는 멤버들은 제각각의 삶을 살고 있고 ‘가족’으로 녹아들지 않는다. 각각의 방 배정은 이유도 목적도 없다. 하루하루 멤버들이 어떤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인생이 주제가 되어야 한다. “왼손은 거들뿐”이란 말처럼 ‘룸메이트’의 집은 그저 이들이 쉬는 공간일 뿐이다. 멤버들의 인생은 배제한 채 그들의 쉬는 시간만을 담는다면 어떤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까.

‘룸메이트’ 측 관계자는 “정말 대본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차라리 대본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승전결 없는 밑도 끝도 없는 전개는 주말 황금시간대 시청자들이 왜 이 프로그램을 봐야 하는지 의문점을 가지게 한다. 나나와 송가연이 마트에서 집에 오는 길을 못 찾아 헤매는 모습이 십 여분 방송되고, 서강준의 ‘강레쉬맨’은 멤버들의 호응조차 얻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방송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박봄과 박민우의 “우리 사귀어요” 대작전은 멤버들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아 억지로 진행된다. 멤버들의 흥미, 공감대조차 얻지 못하는 소재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얼마나 큰 배포인가.

비슷한 포맷의 일본 후지TV ‘테라스 하우스’는 “그 프로그램을 잘 모른다”고 말한 ‘룸메이트’ 제작진의 말을 믿고 언급하지 않겠다. ‘룸메이트’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은 “당최 뭐하는 프로그램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이제 시청자들은 ‘룸메이트’에 담긴 의미 없는 일상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서로 간의 예의를 차리고 카메라를 의식한 거짓 리얼리티가 아니라 웃음, 감동, 갈등, 희생이 가미된 이들의 진짜 ‘속살’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관찰 예능으로서 ‘룸메이트’가 빛을 발하려면 제작진과 출연 연예인 모두 스스로를 놓고 시청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민낯을 보여주거나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진짜 솔직해지는 것을 시청자들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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