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가 1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홈경기에서 난타전을 펼친 끝에 15-1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6월 10일은 기아와 기아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 중 하나다. 1999년 6월 10일은 아기 호랑이로 통하는 고 김상진 투수가 위암으로 사망한 날이기 때문이다.
1977년생인 고 김상진은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1996년 기아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데뷔해와 이듬 해인 1997년 각각 9승씩을 올렸고 1998년에도 6승을 거둬 단숨에 해태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9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역대 최연소 한국시리즈 완투승을 거두며 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상진은 에이스로서의 꽃을 제대로 피우기도 전인 1998년 가을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고 이어 병원에서 청천벽력같은 위암말기 진단을 받았다. 김상진은 씩씩하게 투병 생활을 이어갔지만 끝내 1999년 6월 10일 만 2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997년 우승을 끝으로 해태에서 KIA로 이름이 바뀌도록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다가 2009년 들어서야 조범현 감독(현 kt위즈 감독) 하에서 우승을 재탈환 할 수 있었다.
고 김상진 투수의 기일에 열렸던 경기인 만큼 이날 경기는 기아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기아는 이날 2회말까지 8-1로 앞서며 손쉽게 승리를 거두는 듯 보였지만 계속해서 추가 실점을 허용했고 8회초 3점을 더 내줘 11-12로 역전을 허용했다.
기아의 뒷심도 무서웠다. 8회말 끈질긴 추격전을 펼치며 4점을 얻어 15-12로 재역전에 성공한 것. 하지만 이날은 한화의 뒷심이 더 무서웠다. 9회초 아웃 카운트 한 개를 남기고 선동렬 감독은 선발 자원인 김진우까지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김진우는 14-15까지 쫓긴 상황에서 끝내 송광민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해 15-16으로 뼈아픈 재재역전패를 당했다.
역전과 동점 그리고 재역전 등을 반복하며 손에 잡힐 듯 보였던 기아였지만 끝내 이날 승리의 여신은 기아 편이 아니었다. 비록 KIA는 1999년 6월 10일 세상을 떠난 고 김상진 투수의 기일에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해태 왕조의 마지막 에이스 고 김상진의 기일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의미있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