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기자회견, 알고보면 패턴 있다...위기 때마다 2명이 교대로 나서, 왜?

입력 2014-06-0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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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파 기자회견

▲구원파 이태웅(왼쪽), 조계웅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뉴시스.

검찰의 포위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도주의 황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그의 도피를 맹목적으로 돕고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기자회견에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구원파 신도들은 유병언 씨나 신도들의 신병에 이상이 생길 때마나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다.

검찰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유병언 씨의 출두를 요구했던 지난달 14일, 구원파는 조계웅 대변인을 내세워 금수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검찰이 세월호 사고 원인보다는 특정 종교단체를 탄압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사안의 핵심으로 종교 탄압, 표적 수사로 몰아갔다.

이후 유병언 씨가 출두 기일을 넘겨 검찰이 공권력을 대기시키고 금수원 강제 진입을 예고하자 구원파는 다시 21일 조계웅 대변인을 내보내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혀 달라"고 촉구, 검찰 반응을 보고 금수원 시설을 개방할지 검토하겠다며 오히려 갑(甲)의 입장에서 어불성설의 주장을 펼쳤다.

같은달 26일 유병언과 함께 도피하던 30대 여성이 체포되자 구원파는 이번에는 이태종 평신도복음선교회 대변인을 내세웠다. 이들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금수원 안에 없다"고 공식발표하고, 금수원 정문 앞에 '김기춘 갈데까지 가보자'라고 적인 현수막을 내걸어 주위를 엉뚱한 곳으로 유도했다.

28일에는 조계웅 대변인이 다시 등장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으로 유병언 일가를 언급한 것을 지적하며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십만성도 다 잡아가도 유병언은 내가 지킨다' '세월호 진실 규명하면 우리가 5억 주겠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5월 28일에는 유병언 씨의 장녀가 프랑스에서 잡히고, 29일에는 유 씨의 도피를 돕던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구원파는 또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6월1일 구원파는 이태종 대변인을 앞세워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 기간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보직을 계속 유지, 세월호 사고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원한다고 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요지를 이끌었다. 이들은 김 실장이 경질되거나 사퇴할 경우 더 이상 '기관의 장'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조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며 국정조사 대상은 단순히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니라 꼭 김 실장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 바람이라고 꼼수를 폈다.

이처럼 구원파는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원파 신도가 체포되고, 구원파 본산이 개방, 유병언 일가의 위치가 파악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던 때마다 구원파는 조계웅과 이태종 두 사람을 번갈아 내보내 기자회견을 열었다. 외모와 말씨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을 통해 검찰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눈여겨볼 것은 8일 기자회견은 지금까지와는 다소 달랐다는 것이다. 검찰이 구원파 신도 5명이 긴급 체포된 후다. 조계웅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끊임없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구원파 측은 검찰의 약속을 전제로 지난달 검찰의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검찰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 측은 기자회견에 앞서 '정부와 검찰 계속 뻥 치시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문제는 구원파의 기자회견에 검찰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원파의 첫 기자회견 당시 대치로 시간을 끄느라 금수원 진입 시기를 놓쳐 유병언이 실제로 그곳에 머물렀었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유병언의 도피를 돕는 측근들이 금수원 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강제 진입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의 진입에도 성과가 없을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구원파 기자회견 공식에 시민들은 "구원파 기자회견 공식, 나도 감은 잡았는데 정리 잘 됐네" "구원파 기자회견 바로 이거야"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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