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강도 잠재적 부실 점검… "삼성중공업 저가수주 털어내라” 지시

입력 2014-05-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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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에 ‘과거 저가 수주한 물량을 털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경영진단에서 저가 수주한 물량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특히 2010~2013년에 저가로 수주한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물량을 검토하고 있다. 계약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거나 공사를 진행하는데 막대한 운전자금이 들어가는 계약이 주요 대상이다.

중공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계약건 중 건조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초기 단계인 저가 수주 물량 중 일부는 계약이 해지될 것”이라며 “계약해지 규모는 4000억~5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사업 재조정에 나선 것은 잠재적 부실을 덜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5000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하면서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손실이 예상된 프로젝트는 2012년 수주한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와 2013년 수주한 에지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하역설비(FPSO) 등 2건의 해양플랜트 공사다. 삼성중공업은 이 2건의 공사는 예정데로 진행한다.

그러나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않은 악성 물량은 지금 털어내는 것이 향후 손실을 줄일 것이란 게 미래전략실의 판단이다. 업계는 삼성중공업이 아직 실적에 반영하지 않은 부실이 더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공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다른 회사 얘기지만 STX조선해양도 지난해 채권단이 관리를 시작하면서 과거 저가 수주한 물량을 정리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계약 해지는 발주사와의 관계에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삼성중공업은 경영 체질 개선을 위해 도크를 채우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그룹의 경영진단은 현재 진행 중이다”며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예상 손실을 모두 반영해 2분기부터는 실적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그룹의 삼성중공업 경영진단은 이달 안에는 끝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S 상장 등 삼성그룹이 계열사 재편을 발 빠르게 진행하면서 삼성중공업의 사업 부문에 대한 조정도 이달 안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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