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로티노가 주목받는 이유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5-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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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밴헤켄과 로티노(우)가 덕아웃을 향해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균 신장 190.1㎝, 위화감이 느껴지는 큰 체격에 파워풀한 액션. 2014 한국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 전성시대다. 외국인 선수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외국인 선수의 트레이드마크는 뭐니 해도 장타력이다.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의 장타력과 홈런 부문은 외국인 선수들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일 현재 홈런과 장타율 순위 ‘톱5’에서도 3명 이상의 외국인 선수가 각각 포진돼 있다. 조 쉬벨(LGㆍ홈런 8개), 히메네스(롯데ㆍ장타율 0.694) 등이 대표적인 장타자다.

장타율이 높은 만큼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전세를 뒤집을 수 있게 됐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올 시즌 프로야구는 더 흥미진진하다. 외국인 선수들의 야구는 화려함 그 자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화려한 장타쇼 사이에서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2006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에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올해 낯선 나라 한국으로 이적한 비니 로티노(34ㆍ미국)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를 거쳐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에 둥지를 튼 비니 로티노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험도, 호쾌한 장타력도 없다. 다른 팀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 장점으로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그래서 그를 주목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2012년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소속 당시의 로티노. (사진=AP뉴시스)

시즌 전 시범경기에서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타격도 수비도 평범해서 로티노로 인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문우람을 다시 주전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로티노에게는 남다른 무기가 있었다. 성실함이다.

그래도 한때 메이저리거였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일부는 한국 사람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고집한다.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지거나 돌발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수도 많다. 기량이 출중해도 외국인 선수 영입이 꺼려지는 이유다.

그러나 로티노는 달랐다. 한국선수들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더 열심히 했다. 생김새만 다를 뿐 한국인이었다.

무엇보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내야 수비는 물론 외야, 포수까지 어떤 포지션을 맡겨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작전수행능력도 뛰어나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팀 공헌도가 높았다. 넥센 히어로즈의 선두 질주 뒤 숨은 공신이다.

평범했던 로티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8일부터다. 로티노는 이날 목동구장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다음날은 3안타를 몰아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10일에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앤드류 밴헤켄과 배터리로 짝을 이뤄 국내 프로야구 첫 외국인 배터리라는 이색적인 볼거리도 제공했다.

로티노는 3일 현재 24경기에 출전해 81타수 30안타 1홈런 10타점 타율 0.370(3위)을 기록 중이다. 타율을 제외하면 그다지 눈에 띄는 성적은 없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성실함과 한국사회에 동화되기 위한 노력은 분명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는 많이 다르다. 단순히 기록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다.

어떤 환경이든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 늘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어떤 업무가 주어져도 불평 없이 제 역할을 해내는 사람, 과거보다 현실에 충실한 사람,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바로 로티노 같은 사람이다.

▲타율을 제외하면 그다지 눈에 띄는 활약은 없지만 훌륭한 작전수행능력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한국 프로야구에 적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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