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장? 개혁? 결론은 분노!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5-01 10:32수정 2014-05-0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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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 문화경제국장 겸 문화부장

통곡이다. 절망이다. 원망이다. 그리고 분노. 올 들어 연이어 터지는 대형 참사와 사건, 사고로 촉발된 극단의 감정은 대통령,

정부, 정치권을 향해 있다. 기업과 언론에도. 대통령, 정치지도자, 기업과 언론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갑오년 새해 벽두 ‘경장(更張)’을 언급했다. 이들은 앞다퉈 다짐했다. 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다시 팽팽하게 조여 명징한 소리가 나게 하듯 2014 갑오년에는 한국사회의 비리와 병폐, 정부의 무능,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구태 등을 일신하고 경장하자고. 그래서 수많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그리고 행복을 주겠다고.

그런데 말이다. 경장이라는 단어의 뜻을 헤아리기도 전에 대형 참사가 터지기 시작했다. 2월 17일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참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꿈도 펴지 못한 부산외대생 10명이 숨졌다. 그리고 10일 뒤 하나의 메모가 발견됐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 박모(60)씨와 큰딸 김모(35)씨, 작은딸(32)이 목숨을 끊으며 70만원과 함께 지상에 남긴 마지막 글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세 모녀의 죽음은 사회안전망 부재가 빚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대참사는 희생자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을 비탄과 절망으로 몰고 간 비극 그 자체였다. 1일 오전 8시 현재 집계된 희생자 수는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숨진 단원고 학생 등 사망 213명, 실종 89명에 달한다.

푸른 말(靑馬)의 해답게 도약과 비상을 다짐한 2014 갑오년, 경장의 각오는 사라지고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경장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겠다던 다짐은 허언(虛言)이 됐다. 국민에게 절망과 슬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길 뿐이다.

2014년 대한민국은 세계 언론이 조롱하듯 ‘사고공화국’으로 전락했다. 문제는 사고공화국의 오명이 오롯이 인재(人災)로 촉발된다는 점이다. 경장과 개혁은 외치지만 무책임과 무능으로 점철된 대통령과 정부, 국민은 안중에 없고 권력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권, 탐욕으로 얼룩진 기업,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려는 권력층….

이들로 인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비리와 부패가 대한민국을 뒤덮게 되고 사람보다는 돈을 우선시하는 욕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됐다. 비리와 부패, 탐욕은 결국 꽃도 피우지 못한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정의와 원칙은 불의 앞에 설 자리를 잃고 온갖 부패와 비리가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은 다시 개조를 외친다. 개혁을 다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안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국면전환용 공허한 다짐과 외침은 이내 사라졌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사고가 일어날 때 또다시 등장한다는 것을.

이젠 안 된다. 국민의 분노로 비리와 부패, 무능이 낳은 사고공화국을 끝내야 한다. 평생을 인간의 생명과 인권, 민주주의, 평화를 위해 싸웠던 스테판 에셀의 지적처럼 분노는 우리를 자각하게 해주고, 의식을 일깨우고, 체념한 사람을 무관심에서 빠져나오게 하고, 좌절로부터 걸어 나와 불의와 부패, 비리에 맞서 저항하고 싸우게 한다. 에셀은 ‘분노하라’에서 강조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불의를 바로잡아 정의를 세우는 개혁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래야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갈 수 있다. 이것을 위협하는 불의에는 분노하자.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분노하고 저항할 권리가 있고 충분히 정당하다.”

수많은 사람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정의가 불의에 무릎 꿇고 부패와 비리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판을 쳐 절망과 고통으로 살아야 하는 사건공화국,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분노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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