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는 백규정에 지지 않았다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4-2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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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LPGA)

장하나(22ㆍ비씨카드)는 지지 않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 시즌 네 번째 우승 트로피는 신인 백규정(19ㆍCJ오쇼핑)에게 돌아갔다.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여섯 번째 우승컵을 노리던 장하나(22ㆍ비씨카드)는 백규정에 2타차 2위에 그쳤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명승부를 펼쳤지만 승리의 여신은 백규정을 향해 웃었다.

백규정의 우승 자격은 충분했다. 이번 대회에서 세 번이나 OB를 범했지만 마지막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장하나의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3년 후배이기도 한 백규정은 선배와의 동반 플레이에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18번홀(파4) 원거리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올 시즌 KLPGA투어 지각변동 신호탄이었다.

경기장은 찾은 갤러리는 물론 언론과 대회 관계자들은 새 여왕 백규정에 주목했다. 백규정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 순간 장하나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장하나는 그린 위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응원해준 갤러리들에게 골프공을 나눠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경기만이 아니다. 장하나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사인볼을 팬서비스로 나눠줬다. 비록 경기에서는 후배 백규정에게 졌지만 자신을 응원해준 팬마저 져버리지는 않았다. 바로 그것이 장하나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하나는 지난 2010년 드림투어(2부 투어)를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2011년 정규투어에 참가해 상금순위 3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2년에는 10로 뛰어올랐고, 지난해는 상금왕을 비롯해 3관왕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드라이버샷은 국내 최장타자지만 고감도 아이언샷과 정교한 어프로치샷까지 지닌 장하나는 사실상 국내 무대 최강자다. 그가 지닌 무기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긍정이라는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어쩌면 지난해 장하나가 여왕 자리에 오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장하나는 결코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흘린 땀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해외 진출 꿈도 접었다. 어디에서보다 어떻게 운동하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는 유례없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흥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선수 후원과 몸값에도 거품이 빠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3~4년 뒤는 다시 불황이 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린 선수가, 그것도 지난해 3관왕에 오른 최정상급 선수의 팬서비스에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경기에서 패해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선수, 상대 선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수, 승패에 상관없이 관중에 대한 예를 표하는 선수, 승리지상주의 속에서도 빛나는 스포츠맨십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팬서비스는 성적과 무관하다. 1등에 가려 조연이 될 수밖에 없는 선수라도 한국 프로스포츠 흥행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 그래서 장하나는지지 않았다. 이날 스코어를 제외하면 백규정에게 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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