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셸위를 얼간이라 했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4-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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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1000만 달러 소녀’를 아십니까. 지난 200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정식 데뷔한 16세 소녀 미셸위(24ㆍ미국)의 이야기입니다. 300야드에 이르는 폭발적 비거리로 프로 데뷔 전부터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셸위의 이름 앞에는 늘 ‘1000만 달러 소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죠. 네, 그의 몸값은 1000만 달러(약 100억원)였습니다.

주니어 시절 우승 대회마다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천재소녀, 장타소녀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그의 나이는 고작 16세였지만 LPGA투어 흥행보증수표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몸값 때문인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비난의 표적이었죠. 한때 “여자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남자대회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단 한 차례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LPGA 무대에서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죠. 바로 그것이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미셸위를 향한 맹비난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미셸위는 프로 데뷔와 동시에 깊은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슬럼프 극복의 발판은 대학 진학이었습니다. 프로 데뷔 이듬해인 2007년 스탠퍼드대학교에 진학한 미셸위는 학업과 투어라는 두 토끼 사냥에 나섰지만 투어 성적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셸위는 고집스러울 만큼 소신을 지켰습니다. 프로골퍼라도 학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죠.

주변은 또 다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진학은 선수생활 포기를 의미한다. 미셸위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내용입니다. 일부에서는 미셸위의 실패 원인을 대학 진학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미셸위는 대학 생활을 통해 달라졌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됐고, 생각의 폭도 넓힐 수 있었죠. 그러는 동안 그의 골프는 성숙해졌습니다. 육체적ㆍ정신적 안정은 물론 플레이에 대한 의욕과 꿈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2년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한 미셸위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힘에 의존한 스윙을 재정비했고, 단점이던 퍼팅 자세는 허리를 90도까지 숙여 상체와 지면이 수평이 되도록 했습니다.

이번에는 퍼팅 자세가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일부 언론과 골프팬, 심지어 동료들까지 비아냥거리기 시작했죠.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흉내내거나 얼간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옳았습니다. 20일(한국시간) 끝난 롯데 챔피언십 우승은 온갖 비난 속에서도 바보스럽게 연습에만 몰두해온 미셸위의 승리를 의미합니다. 누가 뭐래도 노력만으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한 고귀한 성과입니다. 다소 무모했던 남자대회 도전과 대학 진학, 그리고 전무후무한 퍼팅 자세까지 전부 미셸위가 옳았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타인의 순수한 열정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 왜곡과 비아냥거림으로는 노력하는 자를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상대방은 물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나요. 혹시 꿈을 위해 땀 흘리는 사람을 향해 비아냥거린 적은 없나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야 말로 얼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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