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더딘 ‘구조’ 신속한 ‘진압’ -윤필호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4-04-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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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능력을 갈고 닦는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정부는 민낯을 그대로 공개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정부에게는 그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책임이 따른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당시부터 안전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를 굳이 안전행정부로 고치면서까지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무능함을 드러냈다.

사건 초기에는 부처 간 볼썽 사나운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가하면 재난본부만 10여개를 구성하는 등 생색내기에 몰두하는 행태를 보였다.

무능을 감추기 위한 정보차단도 등장했다. 진도군청에 마련된 ‘범부처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브리핑 때마다 질문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19일 오전 브리핑 이후 질문을 끊고 들어간 본부 사무실의 문 사이를 두고 관계자와 기자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20일 오후에는 아예 브리핑을 취소하고 보도자료만 배포했다.

단 한차례 번뜩이는 신속함을 과시했다. 애끓는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서울 청와대로 가서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며 가두행진에 나서자 경찰이 진압에 나섰다. 남은 희망을 위해 대통령에게 다시 나서달라는 상징적인 차원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일임에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막아서서 몸싸움을 벌였다. 평소 같으면 경찰 본연의 일이라 여길 수도 있었겠지만 구조와 수습에서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며 늦장 대응을 해온 정부의 덜떨어진 모습이 떠올라서인지 경찰의 육탄저지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같은 현장이지만 전혀 다른 장면도 있었다. 일부 여성 경찰관들이 진도대교를 앞두고 경찰의 저지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자 길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한 손을 내민 것이다. 한 여경은 실종자 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며 함께 눈시울까지 붉혔다. 무신경한 대응보다 가족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따뜻한 배려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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