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팬택 출고가 인하’ 둘러싸고 ‘아웅다웅’

입력 2014-04-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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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3사가 이번엔 팬택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팬택을 살린다는 명분 아래 LG유플러스와 KT가 출고가 인하를 감행했지만, SK텔레콤은 협의되지 않은 인하 결정은 제조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대립하고 있다.

21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8일 팬택의 주력 LTE 스마트폰인 ‘베가 시크릿업(IM-A900L)’ 출고가를 기존 95만4800원에서 37% 인하한 59만9500원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LG유플러스 조원석 디바이스 담당은 “통상 출고가 인하는 제조사가 이통3사의 의견을 수렴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최근 영업정지 등의 이슈로 단말기 가격인하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팬택을 돕기 위해 LG유플러스가 먼저 나서서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한 만큼 조만간 경쟁사들도 같은 수준으로 출고가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단독영업 기간에 최대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팬택 출고가 인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팬택 살리기라는 명분과 함께 가입자 확보라는 실리도 챙길 수 있어서다.

KT도 LG유플러스 발표 직후 팬택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결정했다. 역시 대승적인 차원에서 팬택을 돕고자 내린 결정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오는 27일 시작되는 영업재개시 활용할 카드 확보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KT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LG유플러스와 KT의 결정에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즉각 반발했다. 이통3사의 공동 단말기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가격 인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제조사인 팬택과의 협의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닌데 LG유플러스가 출고가 인하를 감행한 것은 제조사를 무시하는 처사 아니냐”며 “팬택은 조만간 이통3사 모두와 협의를 통해 출고가 인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통사들의 등쌀에 팬택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최근까지 이통사들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논의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재고 보상금액과 선구매 물량 등에 대한 부분이 확정되지 않아서다. 팬택은 LG유플러스 발표 두 시간 만에 반박자료를 내고 “출고가 인하가 판매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일시적으로 재고 보상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데다, 선구매 물량 협의도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했다”며 “이통3사 모두 재고분에 대해 얼마씩 부담할 것인지 등 후속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삼성 갤럭시S5를 임의로 조기 출시했던 SK텔레콤에 대한 LG유플러스의 반발 심리도 일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이번 팬택 출고가 인하도 과거 일방적으로 갤럭스S5를 출시한 SK텔레콤의 경우와 비슷한 사례”라며 “영업정지 전에 가입자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이통사들의 경쟁으로 인한 다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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