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대중문화 점령] 아이돌, 왜 대중문화 장악했나

입력 2014-04-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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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타’ 다솜‘2PM’ 택연‘빅뱅’ 탑‘소녀시대’ 윤아… 가요는 기본 드라마영화뮤지컬예능 등 멀티플레이한류 흥행파워 시장 활성화 기여… 독식현상은 문제

“아이돌 없는 한국 대중문화를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 대중문화는 아이돌을 위한, 아이돌에 의한, 아이돌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수용자나 제작자 모두 이 말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감할 것이다. 이 말은 현재 시청자와 관객 그리고 청취자가 만나는 대중문화의 각 분야에 활동하는 아이돌을 보면 금세 절감한다.

KBS ‘사랑은 노래를 타고’의 다솜, ‘참 좋은 시절’의 택연 등 시청률 1위를 놓고 겨루는 드라마의 주역이다. 다솜과 택연은 아이돌 그룹 씨스타와 2PM 멤버다. 영화 ‘동창생’의 주연 탑과 ‘배우는 배우다’의 주연 이준 역시 아이돌 그룹 빅뱅과 엠블랙이다. 뮤지컬계 최고 흥행파워를 자랑하는 ‘그날들’‘엘리자벳’의 김준수, 일본과 중국팬을 몰고 다니는 ‘삼총사’의 성민 , 젊은 팬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풀하우스’의 양요섭도 아이돌그룹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의 박형식, ‘라디오스타’의 규연, 모바일 드라마 ‘20’s 스무살’의 이기광, 라디오 프로그램‘심심파타’의 신동 ,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OST ‘안녕’을 부른 효린, 애니메이션 ‘슈퍼배드’더빙 태연 서현…

아이돌그룹 멤버들은 이제 더 이상 음악만 하지 않는다. 아이돌은 음악을 넘어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영화, 라디오, 뮤지컬부터 새롭게 각광받는 모바일 드라마까지 한국 대중문화전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그야말로 아이돌 대중문화 독식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그룹이 본격화 한 것은 1996년 H.O.T다. H.O.T를 기점으로 젝스키스, SES, 핑클, NRG, 베이비복스 등 아이돌 그룹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방송 음악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 당시 아이돌 그룹은 댄스 등 퍼포먼스는 뛰어났지만 립싱크 등을 하며 가창력에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내 가수로서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2002년 핑클의 성유리가 드라마 ‘나쁜 여자’에 출연해 연기자로서 모습을 보이고 SES 출신의 유진이 드라마‘러빙유’에 주연으로 나서고 베이비복스가 예능 프로그램 ‘뷰티풀 라이프’에 출연하는 등 아이돌 가수들이 2000년대 들어서 가수와 연기, 예능 겸업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연기력 부재 논란에 휩싸이며 아이돌 가수출신 연기자=연기력 부족이라는 등식이 성립해 연기 겸업 아이돌 가수에 대한 곱지 않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가수들은 인기를 발판삼아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DJ 등 다양한 대중문화 활동을 펼쳤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아이돌 그룹은 일정 기간 가수로서 활동을 하다 인기를 얻으면 이를 기반으로 연기나 예능 프로그램 진출을 하는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한 아이돌은 가창력 뿐만 아니라 연기수업, 예능인으로서 갖춰야할 진행능력을 데뷔전부터 교육받아 아이돌그룹 데뷔와 동시에 연기나 예능겸업에 나섰다. 원더걸스의 소희나 소녀시대의 윤아 SS501의 김현중처럼 아이돌 그룹 데뷔와 동시에 연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해 멀티엔터테이너로서 활동을 본격화했다. 그야말로 아이돌 멀티 유스(Idol Multi-Use) 시대를 활짝 연 것이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영화, 뮤지컬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아이돌 독식 현상이 더욱 가속화돼 이제는 아이돌 없는 한국 대중문화를 상상할 수 없다. 왜 이처럼 아이돌이 지배하는 대중문화 현상이 심화된 것일까.

우선 가장 큰 원인은 아이돌을 육성하는 연예기획사에서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위해 아이돌을 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시키고 멀티엔터테이너로서 활약시키려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돌그룹은 강력한 팬덤을 확보하기 때문에 강력한 티켓파워를 갖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 제작자들이 앞다퉈 흥행과 홍보, 광고에 강점을 보이는 아이돌스타들을 기용하는 것도 아이돌의 대중문화를 독식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류의 급성장으로 외국팬까지 확보할 수 있는 점도 아이돌의 멀티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더욱 강화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기에 아이돌을 기용했을 때 투자에서부터 제작이 용이하다는 점도 아이돌의 대중문화 지배를 가져온 원인으로 작용한다.

아이돌이 대거 대중문화를 장악하면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현상이 동시에 초래됐다. 아이돌의 다양한 대중문화 활동은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을 고조시키고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기여를 했다. 특히 외국 한류팬의 한국 대중문화 상품 소비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또한 아이돌로 인해 보다 다양한 인적 인프라가 구축돼 대중문화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음악 이외의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 등에 진출하며 철저한 실력과 준비가 안돼 대중문화 상품 완성도를 저하시키는 등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또한 특정 연예기획사의 아이돌의 대중문화 독식 현상이 가중돼 실력 있는 인재 진출이 가로 막히는 부작용도 초래되고 있다. 그리고 아이돌이 대중문화 전반에 몸값 상승과 독식을 주도하며 제작환경이 열악해지고 작품의 완성도를 저하시키는 역기능도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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