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달의 꼬리 -이희섭 동안양세무서 업무지원팀장

입력 2014-04-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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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억센 손이 움켜쥐었기에
꼬리를 버리고 황급히 달아났나
달이 흘리고 간 꼬리 하나
서해의 중심에 연착륙했다

월미도(月尾島), 초승의 꼬리를 가진 섬

서로에게 닿으려는 마음들이 모여드는 곳
빛나는 꼬리가 있어 밤은 시들지 않고
사람들은 벤치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의 뒤편에 안부를 묻는다

썰물로 빠져나갔던 바다가
부푼 꼬리를 끌며 돌아올 때면
서로를 반사하고 투영하며
우리는 달의 형상을 닮아간다

무허가의 밤,
노점의 불빛이 바다의 초상화를 그려내고
아폴로호를 타고 음악에 취한 연인들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려 어깨를 말아 쥐고 있다

월미도를 낮게 발음하다 보면
온 몸이 꼬리가 되어 흔들린다
달빛을 타고 흘러내리는 솔미도의 선율로
환한 불빛 속을 헤엄치는 섬

그곳에서 바라보는 달이 가장 밝은 것은
밤마다 잃어버린 꼬리를 찾아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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