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과의 전쟁 1년] 주가조작 범죄의 유형

입력 2014-04-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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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외부세력 공모, 하한가 풀기, 적대적 M&A 빙자해 차익 남기기 등 주가조작 범죄 다양화

증권범죄합수단이 지난 1년간 적발한 주가조작 범죄 유형은 꽤 다양하다.

상장사 경영진이 소위 ‘선수’, ‘꾼’으로 불리는 주가조작 세력, 사채업자 등과 공모해 시세 조종, 허위사실 유포, 미공개정보 이용 등을 행한 불공정거래 형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기업 그룹 총수 등이 연관된 주가조작 사건이나 증권방송 전문가의 사기성 부정거래, 투자자문사의 조직적 주가 조작 등은 최초로 적발된 사례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2011년 상장 폐지된 엘앤피아너스가 대표적으로 주가 조작으로 챙긴 부당이득은 100억원에 육박한다. 이들은 2009년 2월 자본잠식으로 감자해야 할 상황에서 재상장 시 유리하도록 주가를 끌어올렸다.

2012년 증시에서 퇴출된 아인스엠앤엠의 사주는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긴 주식의 반대매매를 막고 고가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2011년 1~4월 사이 1500차례에 걸쳐 주가를 조작했다. 선수들을 고용해 회사 건물 지하에 시세조정을 위한 ‘작업실(?)’까지 마련했다.

지아이바이오 최대주주 강모씨와 경영진은 테마주로 포장할 만한 업체를 인수한 뒤 ‘LED조명 공급 계약’ 등 허위 보도자료를 뿌렸다. 또 자회사의 췌장암 치료 신약개발 임상시험 결과를 부풀리기 위해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에게 임상시험 참여를 요청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글로스텍 전·현직 경영진은 자기자본 없이 사채만으로 회사를 인수해 분식회계, 횡령 등을 저지르다 결국 상장폐지됐다. 수사 과정에서 대표이사는 단골 유흥주점 상무를 신규사업 영업팀 이사에, 내연녀는 신규사업 개발팀 본부장에 앉힌 뒤 허위 월급을 지급해 회삿돈 8억여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

전기차 생산업체 AD모터스와 이 회사 투자자인 토자이홀딩스의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주가 조작 사범도 적발됐다.

유영선 AD모터스 대표와 하종진 토자이홀딩스 회장의 사주를 받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7200여회에 걸쳐 AD모터스의 시세를 조종해 24억3000만여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다.

‘하한가 풀기(이하 하풀)’ 수법 역시 합수단 활동 과정에서 적발한 흔치 않은 범죄 유형이다.

하풀은 특정 기업이 악재로 주가가 하한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주가를 띄우기 위해 행해진다. 최대주주 등 주식의 대량 보유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브로커를 동원, 대량의 매도·매수 주문을 반복해 강한 매수세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이다. 단기 급락 이후 가격 메리트를 보고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구조로 이해하면 맞다.

해당 수법을 시도한 A업체의 경우 경영진과 사채업자·증권회사 직원·브로커 등이 공모해 6회에 걸쳐 175만주를 매수, 평소 20만~30만주에 불과하던 거래량을 5000만주 넘게 끌어올리고 주가를 1335원에서 1705원까지 상승시키기도 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빙자한 주가 조작 시도 역시 눈에 띄는 적발 사례다. 지난해 11월 구속된 모 투자자문사 대표의 혐의는 코스닥 상장사인 팀스와 피씨디렉트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주가 조작을 통한 부당이득이다. 2012년 팀스의 지분을 대거 매집해 대주주가 된 후 M&A 기대감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몰리는 사이 보유 지분을 처분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피씨디렉트 지분을 매집,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M&A 기대감에 피씨디렉트 주가는 단기 급등했고 이 사이 지분의 상당수를 처분했다.

형제가 ‘생계형(?)’ 주가 조작을 벌이다가 현장에서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형은 시세조종성 주문 제출을 전담하고 컴퓨터 엔지니어인 동생은 기술을 활용해 IP주소를 수시로 바꿔 거래소의 추적을 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돈 앞에서 인간의 비정함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도 있다. 형의 사망 소식을 숨기고 불공정거래를 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된 변차섭 전 예당미디어 대표는 형 변두섭 회장이 목을 맨 상태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도 이를 수습하지 않고, 같은 건물 3층에서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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