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포스코·KT는 ‘슬림화’, 한화는 ‘사업매각·인수’
최근 1~2년간 그룹 총수들이 조직 개편 여부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부터 계열사 통폐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삼성그룹에 이어 다른 그룹 역시 내부 조직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경영위기 극복 차원에서 비용절감, 효율성 강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통폐합을 과감히 시도하는가 하면 일부 사업 전문화 및 자금 확보 차원에서 사업부문 매각 또는 인수를 통해 조직을 개편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과감한 슬림화로 비용절감ㆍ효율성 강화= 얼마 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지난해 12월 현대그룹이 발표한 3조3000억원 규모 자구안의 일환으로 비용절감은 물론 조직의 효율성도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대상선은 국내조직 3부문 13본부 2담당 1지사를 총 7총괄 2센터로 과감히 간소화했다. 기획·지원부문, 컨테이너사업부문, 벌크사업부문 등 3개의 부문은 없애고 기능 중심의 총괄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별도로 운영되던 4개의 해외본부도 영업총괄 산하로 배치해 연간 380만 달러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난 8일 미국, 유럽, 동서남아 등 세계 각 해외법인 ‘다큐멘테이션 센터’에서 진행해 온 업무를 총괄하는 ‘글로벌 다큐멘테이션 센터’를 인도 뭄바이에 개장했다. 또 미국 각 지역에 퍼져있는 ‘커스터머 서비스 센터’도 통폐합한다.
‘작은 조직’을 통한 효율성 항샹에 초점을 맞춘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역시 지난달 취임과 동시에 ‘권오준식 개혁’을 본격화했다. 그는 기획재무·기술·성장투자·탄소강사업·스테인리스사업·경영지원으로 구성된 기존 6개 부문 조직을 철강사업·철강생산·재무투자·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제로 개편했다.
권 회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신규투자는 축소하고, 기존에 진행하던 신사업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접겠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권 회장보다 조금 앞선 지난 1월 취임한 KT 황창규 회장의 조직 개편 방향도 맥을 같이한다. ‘비대한 조직의 슬림화와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그는 취임 직후 22개 조직을 9개 부문으로 통폐합했다. 이어 최근에는 ‘불필요한 인력과 평균 이상의 인건비’를 이유로 15년차 이상 2만300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감행하기로 했다. 취임 두 달 반 만에 꺼내 든 인력 구조조정 카드다.
황 회장은 조만간 50개가 넘는 계열사 중 부실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정리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ㆍ인수’로 전문성↑ㆍ재무구조↑= 한화그룹은 조직 슬림화보다는 사업부문 매각 또는 인수를 통해 전문성과 재무구조 개선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승연 회장이 석방된 시점과 맞물려 김 회장 복귀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물론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내려 놓고 현재 치료 차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김 회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경영 복귀 시점 예측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비상경영위원회’가 그룹 총수없이 모든 사안을 결정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게다가 최근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위원회는 후임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우선 한화케미칼 자회사인 한화L&C 건축자재 사업부문을 7월까지 매각하기로 결정, 모건스탠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는 회사의 중장기적인 투자 역량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후 신중하게 내린 결론으로 자동차·전자·태양광 등의 소재 사업을 그대로 남기고 창호재·바닥재 등 건자재 사업만 매각하겠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올 하반기부터 소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는 한화L&C는 사명도 바뀐다.
한화케미칼은 또 자회사인 제약사 드림파마를 매물로 내놨으며 폴리우레탄 원료 제조업체 KPX화인케미칼과 지난해 매물로 나온 미국 다우케미칼의 기초화학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드림파마 매각 결정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