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의 두스타, 이수근vs김병만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4-1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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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근-김병만(사진 = 뉴시스)

*양극단의 두스타, 이수근과 김병만[배국남의 직격탄]

#1. 2013년 12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한 스타 연예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불법도박혐의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선고를 받았다.

#2. 2013년 12월 30일 서울 상암 SBS 프리즘타워. 한 스타 연예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2013 SBS 연예대상’에서 영광의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불과 3일 사이에 벌어진 양극단의 풍경을 연출한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다. 연예인을 향한 출발은 같았다. 고통스러운 가시밭길 무명 시절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힘겨웠지만, 예능인으로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 사람은 먼저 스타가 됐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친구의 화려한 스타로서 비상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야 했다. 마침내 또 한사람도 오랜 노력 끝에 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스타가 됐다. 그런데 먼저 스타가 된 이는 불법도박으로 대중의 지탄을 받으며 바닥으로 추락한 뒤 법정에서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나중에 스타가 된 이는 새로운 장르의 프로그램을 개척해 대중의 환호를 받으며 최고 예능 스타로서 입지를 굳힌 뒤 시상식장에서 영광의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연예인으로서 출발과 스타화 과정은 비슷했지만, 현재 양극단의 처지에 있는 이들은 바로 이수근과 김병만이다.

이수근은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이수근은 방송에서 퇴출당하고 대중의 비판과 비난의 중앙에 섰다. CF모델로 나선 회사에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다. 최악이다.

김병만은 슬랩스틱 코미디와 다큐 예능으로 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영광의 대상을 받아 시청자의 관심과 찬사의 중앙에 자리했다.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출연 섭외가 쏟아진다. 최선이다.

무명에서 스타(From Zero To Hero)가 되는 것은 너무 어렵지만, 스타에서 바닥(From Hero To Zero)으로 추락하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이수근이 극적으로 보여줬다. 성공의 정점, 스타의 자리를 지키려면 얼마나 치열한 노력과 자기관리가 필요한 지를 김병만은 온몸으로 드러냈다.

스타의 세상도 사람 사는 세계와 같다. 그리고 스타는 끊임없이 사회와 대중에 영향을 미친다. 마르타 스트러큰(Marita Struken)과 리사 카트라이트(Lisa Carwright)가 ‘Practice of Looking: Introduction to Visual Culture’에서 강조하듯 사회의 현상유지를 위한 기제로 활용되든 아니면 전복적 역할을 하든 스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데올로기를 체현하면서 사회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또한, 스타는 특정시대와 사회에서 대중이 특정인물에 대해 동일시하고 싶은 혹은 무의식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미디어학자 아더 아사버거(Arther Asa Berger)의 지적처럼 스타들은 사람들에게 모방할 모델을 제공하며 그래서 사람들이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예능 스타 이수근과 김병만 역시 우리 사회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대중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려운 처지와 역경을 노력과 땀만으로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스타로의 화려한 성공신화를 일군 이수근과 김병만은 학벌과 부의 세습, 자본으로 더욱 굳건해진 현대판 계급사회, 불공정과 불법의 심화로 일그러진 2014년의 대한민국에서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 그 자체였다. 닮고 싶은 모델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성공의 가치를 일깨워준 아이콘이었다. 김병망과 이수근은 절망에 빠진 이에게 희망을, 실패한 사람에게 도전할 용기를, 좌절한 사람에게 위로를 줬다.

하지만 김병만과 이수근, 두 사람의 길은 극명하게 갈렸다. 초심을 잃고 자기관리에 소홀한 이수근은 바닥으로 추락해 대중에게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전락했다. 반면 초심을 가슴에 새기며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을 하는 김병만은 수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가치 있는 교사(敎師)가 됐다.

당신은 지금 이수근 혹은 김병만, 어느 길을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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