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천호2동에 위치한 ‘세창정형제화연구소’. 세상을 밝게 하라는 ‘세창’과 장애인용 신발을 뜻하는 ‘정형제화’. 장애인용 신발로 세상을 밝게 만드는 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남궁정부 소장은 장애인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평생 구두만을 만들어 온 그는 사람의 걸음걸이만 봐도 한눈에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오른팔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장애인용 구두 만들기에 평생을 바치기로 했다. 왼손으로 패턴을 그리고 입으로 가죽을 물고, 온몸을 이용해 구두를 만들어왔다. 어린아이의 앙증맞은 신발부터,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크기의 신발까지. 발가락이 없는 발부터 발목인 꺾인 발까지. 오른발, 왼발의 길이가 다른 발까지. 발로 인해 불편한 이들에게 그는 편안한 ‘걸음’으로 기쁨을 선사한다.
“다리를 절고 다니면 젊은 사람도 무릎, 허리 등 온몸이 아파요.” 남궁 소장 또한 몸이 불편하지만, 본인보다 더 힘들고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보험 적용이 2년에 한 켤레밖에 되지 않아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힘든 이들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구두, 운동화, 여름용 신발 등을 신을 수 있지만 발이 불편한 사람들은 그 신발이 아니면 다른 신발은 신을 수가 없다. 남궁 소장은 본인이 만든 이 소중한 구두를 더 많은 사람들이 신을 수 있게 하고 싶지만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곳에 신발 맞추러 오는 사람 중 진짜 돈이 없는 경우 어떻게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궁 소장은 말한다. “이곳에 와서 돈이 없어 신발을 못 신고 나간 사람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