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지원 “대충대충? 연기에 제 모든 걸 걸고 싶어요” [인터뷰]

입력 2014-03-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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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지원(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도도한 외모 속에 털털함이 짙게 묻어나왔다.

빠져들 정도로 큰 눈망울은 연기 생활에 대한 다부진 각오를 담고 있었다. 연애와 일, 사랑과 성공을 두고 줄다리기하는 30대의 고군분투를 담아낸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에서 연기 경력 20년을 넘긴 선배 김소연과 막강 라이벌 관계를 펼치며 색다른 악역 연기를 선보인 왕지원(26)이다.

“‘최대한 못되면서도 천진난만하게!’. 장영우 PD님이 세령 역은 이 두 가지를 종횡무진 해야 한다고 하셨죠. 연기하는 입장에서 세령은 표독스럽지 않되 얄미우면서도 밉지 않아야 했어요.”

2012년 KBS 2TV 일일시트콤 ‘패밀리’의 조연으로 데뷔해, 2013년 KBS 2TV 드라마 ‘굿 닥터’로 갓 존재감을 드러낸 왕지원이 소화해야할 이번 역할은 이전 작품보다 비중이 훨씬 늘어난 주연급 인물인 오세령이었다. 극 중 스타 파워를 자랑하는 화려한 스타일리스트인 세령은 홈쇼핑 회사 팀장인 주연과 동창인 친구지만, 남자를 두고 해묵은 라이벌로 엮여 있는 미묘한 관계였다. 이 때문에 왕지원이 펼쳐야 할 악역 연기는 기존의 악역과는 다른 지점에 놓여있었다.

“신인이다 보니 워낙 대선배인 다른 분들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혹여 PD님의 기대에 못 미칠까 걱정도 컸어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도 표현하고 싶은 세령이의 면면이 많았죠. 다른 드라마의 악역처럼 하고 싶진 않았어요. 나쁘지만은 않고, 여린 부분도 있는 세령의 성격을 각 장면 마다 어떻게 더 표현해야 할까 무척 고민했어요. 내내 그런 부분에 더욱 집중하고 싶었죠.”

이번 ‘로맨스가 필요해3’에 욕심이 많았다고 토로한 왕지원은 결국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왕지원이 “여러 인물보다 세령과 신주연(김소연)이 맞붙는 장면을 PD님이 제일 좋아하셨다”라고 언급했듯, 김소연과 왕지원이 펼쳐 보인 갈등 구도는 시너지를 발산하며 극 전개의 긴장감을 높였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윤영미 아나운서도 트위터를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와 개성은 요즘 그 어느 배우에게도 느낄 수 없는 아주 유니크한 매혹이었다”라며 그녀에게 직접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왕지원은 “직접 찾아주실 줄 몰랐는데 무척 감사하고 얼떨떨하다”라고 털어놓으며 겸손한 모습을 드러냈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와 섞인 그녀의 세련된 이목구비는 카리스마를 풍겨내는 동시에 오묘하게도 이지적 분위기를 연출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에서 오세령을 연기한 왕지원.(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물론 신인이기에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왕지원은 화기애애했던 ‘로맨스가 필요해3’ 현장 분위기와 더불어 함께한 선배 연기자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남궁민은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지도하는 것은 물론, 함께 호흡 맞추는 촬영장면의 구도까지 세심히 맞추며 열성을 드러내 배울 점이 많았고, 김소연은 첫 주연이라 부담이 큰 왕지원의 마음을 옆에서 특유의 유쾌하고 밝은 성격으로 잘 풀어줘 큰 도움이 됐다. 이러한 까닭에 신인인 왕지원에게 이번 작품은 큰 의미로 남았다.

“신인이다보니 선배들로부터 배우는 경험을 많이 갖게 됐어요. 더불어 PD님도 저와 소통을 많이 해주신 덕에, 극 중 세령이도 최대한 제 자신처럼 연기할 수 있었지요.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뭔가 저만의 특별한 것이지만,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자신의 연기로 부각받기 이전에 왕지원은 ‘엄친아’라는 이미지로 대중에 알려졌다. ‘전국 콩쿨 다수 1위, 해외 입상, 선화예중 수석 입학, 영국 로얄 발레스쿨 입학, 한예종 18세에 영재로 입학, 국립발레단 단원 경력.’

이는 모두 왕지원이 발레리나로서 거머쥐었던 실제 타이틀이다. 5세부터 22세 때까지 발레만을 바라보고 성장했던 그녀는 12세에 영국에서 유학하던 도중, 16세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골반뼈 부상을 맞닥뜨렸다. 타지에서 어린 발레리나는 크게 절망했고, 방황했다. 순식간에 꿈을 다친 그녀는 영국 왕립학교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했지만, 17년 간 해온 발레를 점차 마음에서 접었다.

“‘굿 닥터’ 하기 전부터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PD님들이 나이를 꼬집어 묻기도 하고, 주변에선 연기자 생활을 늦게 시작했다며 ‘되게 조급하겠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발레리나 생활을 해봤기에 시간이 그만큼 걸려야 잘 된다는 걸 알아요. 1~2년 이상 해서 잘 되는 건 신인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오래 묵혀야 잘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늘 마인드 컨트롤 해요.”

광고, 잡지모델로 5~6년 간 활동하며 무명의 세월을 다져온 그녀에게 지금의 순간은 앞으로의 꿈을 향한 도약의 발판이다.

“연기에 모든 걸 걸고 싶어요. 여러 가지 직업을 거치는 연기를 통해 제 자신을 채워가고 싶기도 해요. 그래서 한정적인 캐릭터보다 더욱 다양한 역을 맡고 싶어요. 발레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충해서 이 정도하면 되겠지’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아요. 늘 그런 부분을 마음 속에 가다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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