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리더십 없는 안철수

입력 2014-03-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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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철수 의원 측과 민주당의 신당 창당 작업에서 자꾸 잡음이 들리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신당 창당 작업 속에서 나타나는 잡음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을 수습하는 데 문제가 있어 걱정이 된다.

여기서 걱정이 된다고 표현한 것은,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야당이 건강해야 하는데 야당이 자꾸 약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수습이 문제라고 할 만한 대표적 사례는 바로 지난번에 있었던 정강을 둘러싼 논란이다. 안철수 의원 측은 신당의 정강에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제외하느냐를 둘러싸고 민주당 측과 대립했다. 지난 18일 정강·정책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은 대북통일정책과 관련, 소모적 이념 논쟁은 피해야 한다며 현 민주당 정강·정책에 명시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등을 존중·승계한다’는 내용을 신당 정강·정책에선 제외할 것을 민주당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측의 공동 분과위원장인 윤영관 서울대 교수의 친절한 배경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새정치연합의 주장에 민주당 전체는 분노했다. 여기까지는 봐 줄 만하다. 이런 노선을 둘러싼 갈등은 정당 내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철수 의원의 수습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정강·정책 분과회의 전후로 뜻하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새정치연합이 정강·정책 전문에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 ‘6·15남북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을 드리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이 아니라면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이 모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거나 아니면 언론이 소설을 썼다는 꼴이 된다. 하지만 오히려 안철수 의원의 이런 주장이 정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새정치연합 측 금태섭 대변인의 사과 발언에서 역설적으로 증명됐다. 금 대변인은 이런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새정치연합 측 초안에 6·15선언 등이 없는 것은 맞지만 신당 정강·정책 초안에서 빼자고 요청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건 뭘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점은 안철수 의원의 이런 자세는 리더로서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더는 자기 측에서 누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일단 자신이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고 아랫사람을 나무라거나, 언론이 소설을 썼다는 식으로 변명한다면 리더로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안철수 의원 측의 이런 태도는 처음이 아니다. 경기도지사 경선에 출마할 예정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국립묘지 참배 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 “굳이 참배할 생각은 없다”고 했는데 이를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부분이 주목받자 안철수 의원 측은 “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즉, 김 전 교육감이 개인으로서는 참배할 의사가 없다고 했지만, 만일 후보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했는데 언론들이 거두절미하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안철수 의원 측에 한 마디해야겠다. 만일 안 의원 측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언론을 탓하기 이전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자신들 진영의 후보를 탓해야 한다. 스스로를 탓하기 전에 언론만 탓한다면 이는 정치를 할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리더는 리더다워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먼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공이 있다면 나눠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결정을 할 때는 ‘고독한 결단’을 하려 하지 말고 여러 측근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공존의 리더십’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번 합당을 공식화할 때를 보면 안철수 의원은 ‘공존의 리더십’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거대 야당을 이끌 것인지가 정말 궁금하다. 그가 말하는 새 정치가 곧 혼란을 의미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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