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ㆍ스폰서의 경제학

입력 2014-03-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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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선수들의 상품가치를 높여주는 가장 큰 요소는 출전 대회 수다. 연간 20개 이상의 대회에 출전, 남자선수보다 2배나 많다. 사진제공 KLPGA
“반갑다, 필드야!” 본격적인 골프 시즌을 맞아 프로 골퍼들의 마음가짐이 새롭다. 겨우내 갈고 닦은 기량을 필드 위에서 펼쳐 보일 때다. “반갑다, 필드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하다.

그러나 프로골퍼들의 마음은 그다지 가볍지 않다. 프로 골퍼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우도근 크라우닝 스포츠사업부 이사는 “선수들의 몸값이 줄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규모 선수단을 운영하던 기업들이 주축 선수만을 후원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결국 보이지 않는 불황 극복은 선수 개개인의 몫이 됐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상품가치는 여자선수들이 월등하다. 총 획득상금만 놓고 봐도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왕 장하나(22·KT)는 22개 대회에 출전해 6억8954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김세영(21·미래에셋)은 6억7019만원, 전인지(20·하이트진로)는 4억7113만원으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4억7891만원을 번 강성훈(27·신한금융그룹)이 상금왕에 올랐고, 류현우(32·4억4597만원)와 김도훈(25·3억6957만원)이 뒤를 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웹닷컴투어와 국내 투어를 병행한 강성훈은 4개 대회에서 2번의 우승을 차지, 대회당 1억1972만원을 벌었다. 류현우는 11개 대회에 출전, 대회당 4054만원을 획득했다. 장하나(3234만원), 김세영(3350만원·이상 대회당 획득 상금) 등 여자 선수들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하위권 선수들이다. 상금순위 41~50위에 속한 하위권 남자 선수들은 3600만~4700만원을 획득하는 데 그친 반면 같은 순위의 여자 선수들은 7500만~9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많다.

여자 선수들의 상품가치를 높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대회 수다. 남자선수들은 연평균 10개 대회 참가에 그친 반면 여자선수들은 20개가 넘는 대회에 참가했다. 결국 TV 등 미디어 노출 빈도가 높은 만큼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스폰서 풍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상금순위 ‘톱10’ 진입 남자선수 중 절반은 메인 스폰서가 없는 반면 KLPGA투어는 정관장과의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양수진(23)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메인스폰서 후원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의 활약도 여자선수들의 상품가치에 힘을 싣고 있다. 박인비(26·KB금융그룹), 최나연(27·SK텔레콤),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선수들은 승전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배상문(28·캘러웨이골프)의 1승에 그친 남자선수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골프팬들이 바라보는 남녀 선수들의 상품가치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획득상금, 대회 수, 몸값, TV 노출 빈도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상품가치는 여자선수들이 월등하지만, 실제 경기력과 잠재력만 평가한다면 남자선수들의 상품가치는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PGA마스터 나경우 프로는 “방송노출 대회 수가 많은 여자선수들에 비해 남자 선수들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남자선수들의 실력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모든 면에서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여자선수들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현실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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