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인기비결…녹화 당일 왜 KBS 공개홀 붐빌까 [김민정의 시스루]

입력 2014-03-1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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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엄마 강부자가 KBS 2TV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섰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가수 김태우 손을 잡고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를 열창한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는 음색에 관객들은 애절함으로 물든다. 양희경은 아이돌그룹 백퍼센트와 함께 신구조화를 이뤄 유쾌한 무대를 꾸몄다. 하나의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그들의 무대는 관객들의 환호 속에 419점으로 최고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무대 뒤편에 마련된 대기에서도 배우들의 입담은 빛을 발했다. 강부자는 ‘꽃할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신구와 멜로 욕심을 내는가 하면 이지훈은 셀프디스로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뽐냈다. 양희경과 홍은희, 오만석 등도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해 웃음을 안겼다. 지난 8일 방송된 KBS ‘불후의 명곡’ 배우 특집의 모습이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했다. 명곡판정단 앞에 서서 떨리는 긴장감은 드라마나 영화 등 작품 속에서 관록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베테랑 배우들도 당해낼 수 없었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반전매력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12.8%)라는 명예를 안겨줬다. 특히 처음으로 강력한 라이벌인 MBC ‘무한도전’도 제쳤다.

물론 음악성을 놓고 ‘불후의 명곡’ 배우편을 평가한다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음은 분명하나 이번 결과를 놓고 살펴보면 시청자가 ‘불후의 명곡’에 원하는 것은 화려한 노래실력과 실수하나 용납하지 않는 완벽한 무대연출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우특집편을 두고 시청자는 “즐겁고 재미있었다” “편안했다” “정말 즐거운 토요일이었다”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경연프로그램이라해서 음정박자가 정확해야만 감동과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보인 결과가 아닐까.

시청자와 관객은 편안한 프로그램을 좋아함이 분명하다. 시청자가 TV를 찾는 이유는 현실세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웃음과 즐거움을 원하기 때문이다. 늘 경쟁사회 속에서 각박한 삶을 이어 가는 시청자가 주말 TV 앞에서까지 경쟁세계의 치열함을 느끼고 싶어 할까. 시청자도 경쟁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간 숱한 경연프로그램들이 예전만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시청률이 저조하거나 폐지의 길로 들어서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사진=KBS

2011년 가요계의 전설 앞에서 그 시절 감동을 전한다는 모토로 시작한 ‘불후의 명곡’이 100회를 훌쩍 넘어서 약 3년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편안함에서 묻어나오는 신선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생김새와 퍼포먼스, 노래스타일 등 식상한 느낌의 아이돌들이 무대를 장악하는 가요계에서 벗어나 몇십 년 전 명곡 속 추억을 꺼내 들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가수들이 자기만의 색깔로 재해석해냈다. 이런 이유가 ‘불후의 명곡’ 녹화 당일만 되면 KBS공개홀 주변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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