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형 “뮤지컬 늦깎이 데뷔? 밑바닥 드러내 크게 성장했죠” [인터뷰]

입력 2014-03-0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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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최수형(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치명적 매력을 휘두르는 여자가 있다. 그녀를 철저히 소유하기 위해 강렬한 방식을 택한 한 남자가 있다. 최근 막 내린 뮤지컬 ‘카르멘’ 속 배우 최수형은 가르시아 역을 통해 나쁜 남자로서 면모를 제대로 뿜어냈다. 사랑하는 그녀를 돌아가는 판에 걸어놓고 거리낌 없이 칼을 던지던 가르시아. 종국에는 가르시아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카르멘. 그는 진정 그녀를 사랑했던 걸까.

“대사에 ‘술 먹고 너를 패던 아버지로부터 구해줬고, 혼자 있는 너를 갖고 놀던 남자로부터 일으켜 구해주고 보호해주던 게 나인데’ 라는 게 있다. 미루어 볼 때, 카르멘을 향한 것은 분명 사랑이었다. 또, 원래 수정하기 전 대본에는 ‘우린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란 대사도 있었다. 이미 둘 사이의 오래 전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그녀를 사랑한 방법이 잘못됐던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호세와의 달달한 로맨스는 아닐지언정 불같은 사랑을 했다.”

자신의 팜므파탈 매력을 마음껏 뽐낸 천방지축 카르멘에 대항하는 가르시아는 극 중반에 등장해 분위기를 뒤엎는다. 소유욕을 뻗치는 가르시아, 모든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 카르멘, 두 남녀는 사랑과 증오 사이를 오가며 기싸움을 펼친다. 몸을 사리지 않고 무대를 종횡무진한 최수형은 카르멘을 연기한 차지연과 바다와 실제 연기 호흡을 털어놨다.

“차지연과는 과거 뮤지컬 ‘아이다’란 작품도 같이 했었다. 당시 6개월 동안 서로 죽음도 불사할 만큼 서로 사랑했는데 ‘카르멘’을 통해 이렇게 만나니 서로 참 재밌어 하고 있다. 차지연의 카르멘은 당당한 여성이다. 차지연과 같이 무대에 설 때면, 진짜 싸우는 것 같다. 실제로 차지연이 욕도 하고 침도 뱉으니 저도 더 몰입해 실감나는 싸움 연기가 나온다. 반면 바다의 카르멘은 호세한테 의지하려 한다. 호세가 좀 구해줬으면 하는 면모도 느껴진다. 바다의 연약한 카르멘은 과거 바다와 함께한 연기한 바 있는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보다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차지연도 아이다보다 카르멘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배우 최수형(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각기 다른 색깔을 과시한 카르멘의 두 배우가 언급됐듯, 그는 3개월 간 상연된 ‘카르멘’ 속 가르시아 역의 더블 캐스트로 활약을 펼친 에녹과 비교도 스스로 피할 수 없었다.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 한 번은 어떤 팬 분이 제가 연기한 가르시아는 카르멘에 대한 사랑과 소유욕을 지녔다면, 에녹의 경우 비열하고 악랄한 가르시아라고 말하더라. 제 포커스는 카르멘에 대한 사랑에 가깝다. 내 방식대로 너를 사랑하는 내가 여기 있는데 자꾸 왜 이러나란 생각이 관객에 더 전해진 것 같다.”

실제로 작품에 담뿍 몰입한 모습을 보인 최수형은 이번 ‘카르멘’을 통해 팬들에게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최수형은 “관객의 반응을 살펴보니 ‘드디어 최수형이 제 옷을 입었네’, ‘최수형이 계속 악역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계속 이렇게 나가야 되나 싶기도 한데, 우선 반응이 좋다보니 즐겁게 임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데뷔 6년차를 맞이한 최수형은 원래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테너 출신이다. 대구에서 대학을 마치고, 군 제대후 서울에 올라와 노량진 고시원에 살던 그는 무대에 서길 꿈꿨다. 부모님은 노량진에서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길 바랬지만, 최수형은 MBC 합창단에 들어갔다. 클래식을 전공한 최수형은 합창단 생활을 통해 팝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매료됐다.

“무대에 선 배우를 보며 무척 부러워했다. 지금은 무대를 마친 뒤 쏟아지는 관객의 박수 소리에 가슴이 뛴다. 사실 처음에는 안 해본 연기를 하려니 너무 무섭기도 했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내 자신의 부끄러운 밑바닥도 솔직히 드러내고 현장에서 제일 많이 부딪힌 게 장족의 발전을 이루게 만들었다.”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한 최수형은 서범석, 윤형렬, 이번 ‘카르멘’을 함께한 신성록까지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주변의 배우에게 궁금점을 솔직하게 물어보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언젠가 관객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고 싶다는 최수형은 훗날 현대인의 삶을 담아내 공감을 느꼈다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 꼭 다시 서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배우들이 많이 울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하며 행복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현재 살고 있기에 행복하단 걸 느꼈다. 이게 정답이지 않나. 지금 숨 쉬고 있는 자체가 행복인 것 같다. 실제로 미국 뉴욕에 가 ‘넥스트 투 노멀’의 작곡가를 만나기도 했다. 50세가 되면 작품 속 댄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최수형은 다음달 5일부터 박학기, 유리상자, 동물원, 자전거 탄 풍경 등과 콘서트 ‘김광석 다시 부르기’에 함께한다. 상반신 탈의도 서슴지 않고 ‘카르멘’ 무대에 뛰어오르며 에너지를 자랑하던 그가 고 김광석의 감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늦깎이로 데뷔했지만 무대를 향한 열정으로 무장해 스펙트럼을 넓히는 최수형의 앞으로의 변신에 한껏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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