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영리’ 인정해야 비리 사라진다

입력 2014-03-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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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연세대학교 특임교수ㆍ프리덤팩토리 대표

한국에 고쳐야 할 것이 많지만 가장 급한 것은 아마도 부패일 것 같다. 국제투명성 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반부패지수는 46위(177개국 중)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핀란드, 덴마크 같은 나라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1인당 국민소득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는데, 청렴도는 아직 후진국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깨끗이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놓는 처방은 처벌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비리적발 노력을 강화하고 잡힌 자에게는 무거운 처벌을 하면 감히 부패할 엄두를 못 낼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처방 역시 필요하다. 단속과 처벌 못지않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을 인정해야 비리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특히 비영리 부문이 그렇다.

민간 어린이집은 생생한 사례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4만3000개의 민간 어린이집이 있다. 충격적인 것은 90% 이상의 어린이집에 비리가 있다는 것이다. 식구나 친척을 교사인 것처럼 등록해서 인건비를 빼돌리고,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나 교보재를 비싸게 산 것처럼 영수증을 끊어서도 빼돌리는 등의 비리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큰하늘어린이집 설립자인 이은경 선생은 “현 회계로는 어린이집 원장 90%가 전과자가 된다”고 한 매체를 통해 증언하기도 했다.

어린이집 설립자들의 심성이 특별히 악해서 그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한두 명이 비리를 저지른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90% 이상, 즉 거의 모든 어린이집에서 회계조작을 통한 비리가 일어난다면 몇몇 개인의 사악함에 원인을 돌릴 수는 없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투자에 대한 수익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제도로부터 비롯된다. 투자에 대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영리조직인데, 한국의 모든 어린이집은 비영리여야 한다. 영리 어린이집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5억원 또는 10억원을 투자해서 어린이집을 만든다 해도 합법적으로는 수익을 한 푼도 취할 수가 없다. 설립자가 합법적으로 어린이집으로부터 돈을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스스로 어린이집 원장이 되어 법이 정한 대로 한달에 200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아가는 것인데, 그 월급은 원장으로 일한 것에 대한 대가이지, 투자에 대한 수익은 아니다. 다른 원장을 고용해서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면 설립자에게는 한 푼의 수입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의 어린이집 제도의 취지는 그냥 국가에다 어린이집을 기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특히 전재산을 털었거나 또는 빚을 내서 어린이집을 세운 사람이라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생존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의 경우 처분하고 나가려 해도 모든 재산이 국가로 귀속되게 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든 어린이집들이 자연스럽게 회계조작을 통해서 돈을 빼돌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공무원과의 유착관계도 형성된다. 어린이집을 해서 돈 번 사람은 거의 모두가 공격적으로 횡령을 했다고 봐야 한다. 합법적으로는 절대 수익을 취할 수 없는 것이 비영리조직의 특성이다.

이런 비리들은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영리성이 인정되지 않는 모든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립유치원, 사립중고등학교, 민간 사회복지법인들, 병원법인 등이 모두 그렇다. 드라마마다 등장하는 학교 재단의 이사장, 병원 이사장 집안의 음습한 느낌은 비리를 통하지 않고는 수익을 챙길 수 없는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리를 없애려면 투자자가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통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영리 어린이집이고, 영리성 교육법인이고, 영리병원이다. ‘영리’라는 단어가 풍기는 불쾌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영리 행위를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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