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6·4 지방선거 인천시장에 출마하는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잘 되길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선관위는 민주당 박남춘, 김현 의원이 전날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려달라고 질의해 온 데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이같이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면서 동시에 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당원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점 △대통령의 발언은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장관직 사의를 표명하는 자리에서 당사자에게 행한 것이라는 점 △발언 내용도 의례적인 수준의 의사표현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선관위는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발언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대통령에게 허용되는 정치활동의 한계를 넘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도록 판시한 바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또 과거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판례, 선례에 비춰보더라도 이번 사안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정책수석의 ‘좋은도시 만들기’ 보고를 받으면서 “콘셉트를 잘 살려 내년 지자체 선거 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원하라는 취지이므로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자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당원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고 △ 국가정책 논의 과정에서 한 발언이며 △대통령 발언이 일반 공무원이나 국민이 아닌 비서진을 대상으로 한 행위 등을 근거로 ‘선거법 위반 아님’ 결론을 내렸다.
앞서 유 전 장관은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을 한 직후 박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대통령이 ‘인천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결단을 했으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