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전문가 3인, 운용방식 교체·여야 관계 재정립 등 당부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경제활성화를 보다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천명했지만 바깥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정부의 바람대로 ‘경제 대도약’을 위해선 지난 1년 무능 질타가 이어졌던 현오석 경제팀을 우선 교체하고, 실효성이 낮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일부 계획은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근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부터 독단적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고 ‘살얼음’ 같은 야당은 물론 여당과의 관계 역시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이투데이는 6일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를 만나 정부의 지난 1년 경제정책 평가와 더불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서는 경제문제 해결을 도울 정치적 접근법을 들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두고도 “이 시대는 정부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는 말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최 교수는 대선 공약에서 빠졌던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면서,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 4%·고용률 70%·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이라는 정부의 474비전이 성공하려면 경제운용 방식과 함께 현오석 경제팀을 조속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다 마찬가지인데 미국과 달리 우리 경제 회복세가 느린 건 젊은 리더십과 올드 패션 리더십 차이”라면서 “하루빨리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경제팀,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474비전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7% 경제성장률·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강국) 공약처럼 끝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고용률 증대를 위한 서비스업종 규제완화책과 같은 ‘시대에 맞는’ 474비전의 실행전략, 잠재성장률 제고에 필요한 저출산 문제 해소책, 규제개혁을 위한 관료주의 타파 등을 보완해야 할 점으로 언급했다.
특히 최 교수는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놨던 대탕평·대타협과 책임총리·장관제, 공기업 낙하산 인사 배제 약속 등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래야 국정운영의 실타래가 풀리고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의 야당 협조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약속대로만 하면 된다. 복지공약과 달리 재정형편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 공약들”이라면서 “지역·이념 편중 인사가 아닌 국가 에너지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대탕평 인사를 하고, 낙하산이 아닌 전문성 있는 인사를 등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책임총리·장관제의 본질을 살려 시대에 맞는 사람들을 임명하고 대통령은 큰 방향을 제시하는 선에서 이들이 경제정책을 끌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제도가 정착되면 총리와 장관들이 직접 뛰며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설득할 것이다. 국회가 도와주지 않아 경제활성화 입법이 안 됐다는 말을 할 게 아니라 이러한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국민 통합과 비전 제시에 실패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창조경제는 내용의 모호함으로 아무런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난 1년 최대 업적으로는 하도급 대금의 부당 단가인하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하도급법, 신규 순환출자금지법(공정거래법) 등 몇 가지 경제민주화법을 세운 점을 들었다. 최악의 실정으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팀의 무능과 소통 부족을 꼽았다.
전 교수가 집권 2년차를 맞은 정부에 보인 기대치는 지난 1년 평가보다도 더 낮았다.
그는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100점 만점에 50점이란 박한 점수를 줬다. 벤처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린 건 긍정적으로 봤지만, 전체적으로 백화점식 나열에 상호 모순되는 정책도 존재하는 데다 계획 발표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경제팀 간 불협화음이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그는 “기업 경영 시 노조의 권한을 통제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겠다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비정규직 권한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한 점, 부동산 부양과 가계부채 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면서 LTV, DTI 정책방향에 혼선을 빚은 점 등은 정책 정리가 채 되지 않았다는 증거”라면서 “내용적으로도 규제완화 시나리오에서 크게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에 우려를 표했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일시적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을 뿐 최우선과제인 가계부채 문제를 푸는 데엔 되레 ‘쥐약’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 총력 부양으로 갈 것 같은데 이는 굉장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부동산 부양으로는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부동산 경기 부양에 올인하려는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경제팀 경질과 함께 국가적 어젠다를 재수렴, 정리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박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3대 추진전략, 9대 핵심과제, 100가지 실행과제 등으로 나열하기 전에 우선 경제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경제수장으로 교체하고, 국민에게 정책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보다 성공하려면 정치와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간명한 정책과 이슈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14년 만의 의료계 파업까지 예고된 의료 영리화 논란은 폭발력이 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MB정부에서의 미국 쇠고기 광우병 논란처럼 정권을 곤혹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 교수는 “경제문제는 복잡하지만 의료 영리화는 아주 간단하다. ‘영리화되면 의료비 더 내야 한다더라’는 식”이라며 “앞서 민영화 논란이 일었던 철도는 안 타면 그만이지만 의료는 다르다. 국민들이 광우병처럼 직접적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 영리화가 아니라면 정부는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아니라고 말만 해선 안 된다”며 “경제적 불만과 합쳐지면 폭발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는 모호성을 들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신 교수는 “아직도 대한민국에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면서 “모호한 창조경제를 놓고 쓸데없이 국력을 낭비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새로운 경제정책의 추진 등 정국 운영에 힘을 받으려면 오는 6·4 지방선거, 7·30 재보궐선거에서의 승리가 중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중간평가에서 국민적 지지가 재확인된다면 추동력이 커지겠지만,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과의 합당 등의 여파로 여야 간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내로 좁혀지고 선거에서 패할 경우 조기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이와 함께 박 대통령에게 정치권과의 관계 재정립도 당부했다. 야당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동시에, ‘여당은 여당답게 두라’는 주문도 했다. 청와대 눈치만 보는 여당은 결국 정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여당을 우습게 보고 사당화하는 건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습관”이라면서 “여당이 여당답게 행동하도록 놔둬야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에 견제가 이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