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윤지, "'왕가네 식구들' 내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힘을 준 작품이에요"

입력 2014-03-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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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무엑터스

학교선생님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혹독한 시집살이도 견뎌내고 시아버지에 사랑받는 며느리로도 성장했다. 첫사랑인 남편도 든든하게 옆을 지켜준다. 이 정도면 부족함 없는 삶 아닌가. 이러한 삶을 사는 주인공은 바로 ‘왕가네 식구들’ 왕광박이다. 털털하고 내숭도 없고 똑 부러진 성격 덕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됐다. 실제 만난 배우 이윤지도 왕광박 만큼이나 털털하고 솔직하며 똑 부러졌다. 지난 6~7개월간 이윤지는 어떤 왕광박으로 살았을까. 그를 만나 이윤지가 말하는 ‘왕가네 식구들’ 속 왕광박에 대해 들어봤다.

“시원하기도 한데 좀 더 잘할 수 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더 많다. 이제는 정말 광박이를 보내줘야겠다는 마음이다. 시청률도 아쉽다. 소치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긴하다. 그러나 ‘왕가네 식구들’ 일원으로 마음속에서는 5자를 본 것 같다. 더 이상 수치를 가늠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만큼 기록적인 숫자가 됐다.”

▲사진=나무엑터스

이윤지는 수많은 사람이 ‘왕가네’ 가족 이야기를 지켜봤다는 것에 뿌듯해했다. 지상파를 비롯해 종편과 케이블까지 채널이 많은 시대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일 터. 이에 이윤지는 국민드라마의 힘들 충분히 느꼈을 법하다.

“‘왕가네 식구들’ 덕에 저의 필모그래피에 가장 큰 이름이 쓰였다. 어디가서 가장 자랑스럽게 ‘저는 ‘왕가네 식구들’에서 광박이를 했던 이윤지입니다’라고 내 이름 앞에 두고 싶은 작품이다. 작가님과 감독께 감사드린다. 드라마 속 국민배우라 할만한 선배님과 함께하면서 ‘국민’이라는 말을 앞에 붙일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꿈도 꿔봤다. 저 스스로 이윤지라는 사람에게 남긴 게 굉장히 많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는 ‘왕가네 식구들’ 작품 이후 한층 성숙해졌다. 긴 호흡의 작품을 무사히 마쳤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면서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이제야 올라가는 것 같다. 잘하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만 봤지, ‘이윤지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 너는 다음이 기대돼’라는 말을 못했다. 열심히 달리려고만 했지 나 스스로에 기대하고 칭찬하고 만족하고 있는지 생각지 못했다. 나이를 핑계삼아 돌아보고 앞을 보면 30세에 ‘왕가네’가 준 것은 자신에게 기대할 수 있는 힘을 준 작품이다.”

이윤지는 ‘왕가네 식구들’에서 첫사랑 한주완(최상남 역)과 알콩달콩 사랑을 하는가하면 가족 관계에서 시련을 겪기도 한다. 시아버지 시집살이에 매일 눈물을 흘리고 갑자기 등장한 철부지 시어머니까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버티게 해준 것은 사랑하는 남편이 있기 때문. 이윤지와 한주완은 ‘잘 어울린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을 정도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한주완은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이 사람이랑 연기할 때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려면 음성이 잘 맞아야한다. 저는 배우자를 생각할 때도 음성이 나의 목소리와 어울리느냐를 생각해왔다. 음성이 좋은 남성이 이상형이다. 주완씨의 음성이 광박이 음색과 잘 어울렸다. 커플연기를 했는데 ‘케미가 좋다’라는 말은 못 들으면 서운하다. 만족도는 100%다. 그중 30%는 시청자분께서 채워주신 것 같다. 예뻐해 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사진=나무엑터스

반면 이윤지는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면서 결혼관에 대해서도 변화를 맞았다. 그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시집을 안 가봤지만 시집살이를 해서 참 좋았다. 꾸지람을 듣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친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음에 터전임을 느꼈고, 진짜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남편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 시아버지가 나를 흡족해하지 않을 때 노력하는 방법 등을 깨닫게 됐다. 작품이 끝나고 나니 연기보다 인생을 배운 것 같다. 사실 나는 35세에 결혼해야지라는 막연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실체를 보고 나니까 결혼은 타이밍이 주어진다면 더 빨라질 수 도 있을 것 같다. 좋은 인연이 있다면 그것도 타이밍이라 생각한다.”

이윤지는 나문희와 김해숙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 했다. 6개월간 직접 보고 느낀 점은 무엇일까.

“사실 선생님들의 경우 경력도 대단하고 연기 내공이 쌓이면 연기하는 방법도 자연스레 알 것 같았다. 대본만 외울 수 있다면 그들의 노하우로 연기할 것 이라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기억력이 안 좋아질수록 더 철저하게 연습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정말 그렇게 많이 연습하실지 몰랐다. 왜 그 자리에 있는지, 후배들이 왜 입을 모아 ‘나문희 혹은 김해숙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는지 알게 됐다. 나 역시 열심히 연기 공부하면서 노력할 것이다. 관객에게는 그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여자로서의 삶도 꿈꿔보게 된다. 좋은 여자,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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