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국내 건설사들의 회사채들의 만기가 오는 3∼4월에 집중적으로 도래해 건설업체들의 자금상황이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19일 건설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른 업종(기계·조선업)을 겸하거나 법정관리 및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 절차를 밟는 건설사를 제외한 국내 주요 건설사 24곳의 연내 회사채 만기물량 가운데 약 40%가 오는 3·4월에 한꺼번에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4월에 돌아오는 건설사 회사채의 만기물량은 모두 2조427억원으로 이는 올해 전체 회사채 만기물량의 39.1%에 해당된다. 3월에는 11개사의 7827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물량이 돌아오고, 4월에는 이보다 많은 8개사의 1조26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를 맞는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포스코건설(4087억원), 롯데건설(3700억원), 삼성물산(3000억원), 한화건설(2800억원)의 회사채 만기물량이 가장 많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면서 리파이낸싱을 기대할 수 있는 건설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사 잠정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된 상태인데 이런 불신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AA등급 이하의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건설업계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현재 신평사들은 일부 건설사들이 예상 밖 수준으로 악화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이를 신용등급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강등의 우려도 존재한다.
때문에 대형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오는 6월에 1500억원 한 건 밖에 없어 회사채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GS건설은 4월과 5월에 각각 2000억원, 3227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를 위해 현재 현금성 자산 1조8000억원과 최근 전환사채를 발행해 확보한 현금 1200억원 외에도 이날 5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이를 통해 차질없이 상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시공능력 1위로 평가받는 현대건설은 최근 회사채 발행이 흥행에 성공하며 당초 발행 계획인 1000억원을 두배로 늘리는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 역시 내달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무난히 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시장내에서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