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발주 국제조세협회 용역보고서 입수…거주자 국외자산 양도 과세 대상 확대 등 검토
지난해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징액이 1조789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박근혜 정부의 역외탈세 추적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FIU(금융정보분석원)법,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 등을 손본 데 이어 앞으로도 제도개선을 통해 역외탈세를 차단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는 최근 전문기관에서 역외탈세 대응책이 담긴 연구용역 보고서도 받아놓은 상태다. 국회 역시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추가로 마련될 역외탈세 근절대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 기재부 ‘역외탈세 대응 보고서’, 어떤 내용 담겼나 =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한국국제조세협회로부터 ‘역외탈세 유형 및 대응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받아 올해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일부를 우선 반영하고 나머지는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
이투데이가 18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보고서는 역외탈세를 ‘사기적 방법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국외 원천 과세대상을 세법대로 신고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조세를 탈루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역외탈세 억제를 위해 △거주자 국외자산 양도 과세 대상 확대 △성년 자녀의 국외유학 비용 과세 △조세조약체결 국가 자본에만 외국인 직접투자 조세 감면 △이자비용 공제제한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먼저 보고서는 토지, 건물과 같은 국외자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현재의 ‘5년 이상 계속 국내에 거주한 자’에서 ‘거주자’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국외자산을 소유한 이와 그 규모가 늘고 있는 데다 해외금융자산과의 과세 형평성을 기한다는 취지다.
또한 성년이 된 자녀의 국외유학 비용으로 국내 대학등록금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과 일정 생활비 이상 금액을 송금할 경우 현재는 소득공제 대상이지만 이를 증여로 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조세감면을 조세조약체결 국가 자본에만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수 증대보다는 아직 우리와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대만, 홍콩 등 국가들과의 협상 시 협상력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일단 정부는 올 초 정보교환과 관련한 국제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레바논, 과테말라 등 9개국부터 조세감면을 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소자본세제를 강화하고, 일본이 지난해부터 도입한 과다지급 이자 제한세제를 벤치마킹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과소자본세제란 특수 관계에 있는 기업 간의 과다한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배당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비용으로 인정되는 점을 활용, 다국적 기업이 외국에 자회사 설립 시 자본금은 줄이고 차입금을 늘려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보고서는 손금이 인정되는 차입금 한도를 현행 자본금의 3배에서 축소하자는 것으로, 단 과소자본세제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금융업(6배)을 뺀 외국계 법인으로 제한했다.
이 외에도 해외 관계사와의 거래를 통한 국내소득 이전과 증여, 특정거래나 상품에 대한 국가 간 세법차를 이용한 과세 회피 등에는 OECD에서 내놓을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세원잠식과 소득이전) 실행계획 내용을 참고해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한편 보고서에 담겼던 △특정 외국법인 유보소득합산과세 강화 △해외 현지법인의 자료제출 의무 강화 △해외금융계좌신고제 개선 등의 방안은 올해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됐다.
◇ 역외탈세 방지 법안들보다 ‘수위’ 낮아 = 이 보고서는 대부분 현재의 과세제도 강화 방식으로만 역외탈세의 사전 억제력을 높이려 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과세보다는 지상경제의 과세 대상을 늘리는 방안이 주를 이룬다는 것. 억제력 제고에 효과적인 또 다른 축인 처벌강화 방안도 찾아보기 힘들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역외탈세 방지 관련 특별법 제정안보다 대응 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낸 조세회피처 남용 방지 특별법안, 정의당 박원석 의원의 역외탈세방지특별법안이 계류 중이다. 공통적으로 금융계좌뿐 아니라 부동산과 보석류·예술품, 항공기 및 선박 등 재산 종류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이 넘는 국외(조세회피처) 재산은 신고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이 의원의 법안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포탈세액이 50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과 함께 이득액의 최고 1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 강도를 높였다.
박 의원은 역외탈세 집중관리지역을 분류해 해당지역에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개인·법인을 정기 세무조사하는 한편 역외탈세 집중관리 대상자도 지정, 소송 등에서 탈세 여부의 입증책임을 부여했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4일 이 법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정부와 관련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에 나선다. 국회에서 보다 강력한 역외탈세 근절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