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전량 처분 이어 24만주 매도 … 유산 다툼 원천봉쇄 차원인 듯
[지분변동]유산 상속 문제를 둘러싸고 가족들 간 법정 다툼을 겪은 녹십자 창업주 고(故) 허영섭 회장의 부인 정인애씨가 유산으로 받은 녹십자 홀딩스 주식 처분에 나섰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월 5일부터 8거래일에 걸쳐 녹십자 홀딩스 보유주식 24만1880주를 장내매도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로써 정씨의 보유한 녹십자홀딩스 주식은 55만주(1.11%)에서 30만8120주(0.62%)로 줄었고 정씨는 38억4300만원가량을 현금화했다.
정씨는 지난해 10월에도 허 회장으로부터 상속 받은 녹십자 주식 2만주 중 남은 1만7936주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이 거래로 약 23억7000만원이 현금을 손에 쥐었으며 정씨의 녹십자 지분율은 0이 됐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처분한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산 다툼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09년 허 회장 타계 이후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과 유산을 둘러싸고 소송을 당한 정씨가 다툼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유산을 남기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으리란 것이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개인적으로 한 거래라 회사 측에서는 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지분과 관련한 특별한 이슈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2009년 타계한 허 회장은 ‘장남을 유산 상속에서 배제하고 보유주식 대부분을 사회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아내 정씨와 차남과 삼남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이에 장남인 허 전 부사장은 어머니인 정씨를 상대로 유언무효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의 손을 들어줬고 허 회장의 유언대로 허 회장이 보유했던 녹십자홀딩스 보유주식 619만6740(지분율 13.2%) 중 55만주가 부인이 정씨에게 상속됐고 차남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에서 55만주, 삼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에게 60만5000주가 각각 상속됐다. 허 전 회장은 결혼문제로 장남과 갈등을 겪었고 장남이 장학재단에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는 본인 뜻을 반대하자 유산을 상속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의 유언에 따라 목암연구소에 110만주, 나머지 339만 1740주는 장학재단 등에 기부됐다.
현재 녹십자 홀딩스의 최대주주는 526만2770주(10.62%)를 보유한 허일섭 녹십자 회장이고 허 전 회장이 유언에 따라 수증 받은 목암연구소가 471만5710주를 보유한 2대주주다. 허 전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이 117만1680(2.36%), 삼남인 허용준 녹십자 홀딩스 부사장은 120만7430주(2.44%)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포함한 최대주주 측의 지분은 총 41.03%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