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업체들 "핵심 용의자 2명에 대출금 줬다"

3000억원대 KT ENS 협력업체의 사기대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관계사들이 이번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2명에게 대출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용의자 2명은 서정기 중앙티앤씨 대표와 전주엽 엔에스쏘울 대표다.

15일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사기대출에 함께 연루된 모바일꼬레아 대표 조모씨가 최근 경찰에 출석, "회사 단독으로 혹은 다른 회사와 함께 총 538억원을 대출받아 전씨와 서씨에게 넘겼고 수수료로 2억9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협력업체인 다모텍 전모 대표도 대출받은 500억원을 전씨와 서씨에게 전달했으나 수수료로 받은 돈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컬트모바일 김모 대표 역시 경찰 진술에서 총 2200억원을 대출받아 320억원을 아직 상환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그 역시 대출받은 돈을 두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대출금을 받아 챙긴 장본인으로 지목된 전씨와 서씨가 홍콩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달아나거나 국내에 잠적한 것으로 보고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전씨와 서씨가 이번 범행의 주범으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재 전씨와 서씨를 제외한 나머지 KT ENS 협력업체 대표들이 모두 경찰 조사에 응했거나 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이 사기대출의 책임을 전씨와 서씨에게 미루기로 사전 모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KT ENS 협력업체는 △중앙티앤씨 △엔에스쏘울 △아이지일렉콤 △중앙티앤씨 △컬트모바일 △엔에스쏘울FNS △다모텍 △모바일꼬레아 등 7개사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M사가 모 저축은행에서 200억여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M사도 불법 대출과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M사가 사기 대출에 가담한 혐의가 확인되면 연루 업체는 8개사로 늘어난다.

한편 경찰은 이들 업체가 은행에서 사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어준 혐의로 구속된 KT ENS 김모(51) 부장을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2008년 5월부터 최근까지 100여차례에 걸쳐 이들 업체와 짜고 통신장비를 실제로 납품받지 않았으면서도 납품받은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줘 최소 3000억원을 대출받도록 도와준 혐의로 등으로 지난 9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