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쟁이 공식화되면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간의 이른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놓고 공방이 가열됐다.
여당 내 ‘친박계(친박근혜)’가 김 전 총리를 물밑에서 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박심 논란’이 촉발되자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이 반발했다. 여기에 김 전 총리가 방어에 나서며 이들 3인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세 유력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자리에서 “박심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대통령을 욕되게 하고 당의 필패를 가져온다. 그런 후보는 나올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청와대가 민다, 친박 주류가 민다’는 등 소위 ‘박심 마케팅’ 조장 사례가 있다”면서 박심 논란에 불을 당겼다.
출마 의지를 사실상 굳힌 것으로 알려진 정 의원도 이날 “나도 친박으로 분류해달라”며 ‘박심’ 논란에 가세했다. 새누리당 중진으로 이른바 친이(親李·친이명박)계로 꼽혀왔던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내 연구모임인 ‘통일 경제교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아는 사람으로서 나도 친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잘 좀 분류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고 지난번 대선 때 선대위원장을 했던 사람”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반어법을 사용, 당내의 박심 논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의원은 또 이날 오후 이 최고위원의 서울시장 출마선언 자리에서도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모두 친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청와대를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청와대에도 도움이 안 되고 우리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당내 편가르기 움직임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친박 주류 지원설의 당사자인 김 전 총리는 ‘박심’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오후 미국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느 계파에 의존해서 출마를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이 박심 논란과 거리를 뒀다. 또 “박 대통령도 대통령이시니까 정치적 중립과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친박계 홍문종 사무총장도 이 같은 박심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홍 사무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심 논란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당내에서는 친박, 친이라는 그런 것이 없어진 지 오래다”며 “자유롭게 어디에 속해있던 사람이건 자기가 좋아하는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가 공정한 선거관리를 다짐하고 있지만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3자 대결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당 박심 논란과 계파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