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하산 역풍’ 우려 신중…장기간 공석사태로 업무공백
정부의 늑장인사로 금융공기업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진 이후 상당수 금융공기업의 후임 인선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들 기관의 수장이 공석이거나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면서 업무 차질을 빚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후임 행장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김용환 행장이 퇴임했다. 지난 6일 김 전 행장의 이임식까지 마쳤지만 차기 행장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수은은 당분간 남기섭 전무이사가 행장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금융공기업과 협회 수장 자리의 공석은 이뿐만이 아니다. 손해보험협회의 경우 지난해 8월 문재우 전 회장이 퇴임한 이후 5개월이 넘도록 후임 인선이 제자리걸음이다. 정책금융공사도 진영욱 전 사장이 물러난 뒤 4개월째 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고, 주택금융공사 사장 자리 역시 서종대 전 사장이 임기를 남기고 물러나면서 공석 상태다.
정부가 늑장인사라는 거센 비판에도 인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이유는 모피아(재정부 및 금융위 관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금융권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다가 역풍을 맞으면 다른 금융공기업 수장 자리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차기 인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올해 처음 열리는 한은 총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인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하마평만 무성할 뿐 수면 위로 떠오른 인사는 마땅히 없다.
현재 후임 총재는 학계, 관계, 한은 출신 3파전으로 압축된다. 학계에선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인준 서울대 교수와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국민정책자문회의 위원인 정갑영 연세대 총장과 조윤제 서강대 교수, 이덕훈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대표 등이 거론된다. 관계에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의 이름도 나온다. 이밖에 한은 출신인 박철 전 부총재와 이주열 전 부총재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