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종편 방송 25편 분석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들이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20대 젊은 청춘들이 풋풋하고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가 하면 중견배우가 중후한 맛이 느껴지는 애틋한 황혼 로맨스도 선보인다. 복수와 애증이 서린 30대의 불륜도 빼놓을 수 없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안방극장을 책임지는 남녀 주연 배우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
현재 방송되고 있는 KBS 등 지상파와 tvN, JTBC를 비롯한 케이블과 종편의 월화극, 수목극, 주말극, 아침드라마, 일일극 총 25편을 분석한 결과 남녀 주연배우들의 평균 연령은 남성은 35.5세, 여성은 32.2세로 30대가 주류를 이뤘다. 요일마다 세부적으로 나눠 분석하면 주연배우의 연령층은 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과 요일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타깃 시청자층에 따라 드라마 장르와 배우의 연령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평균 연령을 기록한 것은 가족극이 주를 이루는 주말드라마였다. 주말드라마는 남성의 경우 41.1세, 여성은 37.7세를 나타냈다. MBC ‘사랑해서 남주나’ 박근형(73)차화연(54), SBS ‘열애’ 전광렬(53)황신혜(50)가 황혼 로맨스를 그리면서 평균 연령을 높이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이밖에 ‘왕가네 식구들’ 조성하(47)오만석(39)오현경(43)이태란(38), SBS ‘세 번 결혼한 여자’ 송창의(35)이지아(36) 등이 있다.
반면 가장 낮은 평균 연령층을 기록한 것은 수목드라마였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수목드라마 남자 주연배우의 경우 평균 28.5세, 여자 주연배우는 평균 26.2세를 기록했다. 각 방송사는 청춘들의 상큼하고 달달한 멜로라인을 꾸려 젊은 남녀배우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1930년대 젊은이들의 주먹세계를 다룬 KBS ‘감격시대’를 이끄는 김현중(27), 임수향(23), 진세연(19)을 비롯해 SBS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25)전지현(32), MBC ‘미스코리아’ 이연희(26), tvN ‘식샤를 합시다’ 윤두준(24)이수경(31) 등이 있다.
월화극의 경우 수목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을 나타냈다. 실제 20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총리(이범수41)와 젊은 기자(윤아23)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총리와 나’, 결혼 10년 차 부부(한혜진32/ 이상우33)의 생활과 불륜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따뜻한 말 한마디’, 40대를 바라보는 이혼녀(유진32)의 이야기를 담은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등 극 중 소재와 캐릭터에 영향받기 때문이다.
아침드라마는 주 시청자층이 가정주부이기 때문일까. 다른 시간대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유일하게 남성(33.3세)보다 여성(33.6세)이 다소 높은 평균 연령층을 나타냈다. 일일극의 경우 남성(32.6세)과 여성(27.8세)의 주연배우 평균 연령이 가장 큰 차를 보였다. KBS 1TV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뮤지컬 지망생 공들임 역을 맡아 상큼 발랄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씨스타 멤버 다솜(20)이 평균 연령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SM C&C 드라마기획 관계자는 “장르에 따라서 캐스팅하는 연령층이 달라진다. 트렌디 드라마나 학원물은 20대 초중반의 젊은 친구들을 캐스팅하게 된다. 정통멜로나 가족드라마가 되면 30~40대까지 넘어간다”며 “배우가 장르에 따라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폭이 다르기 때문에 캐릭터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캐스팅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30대 중반의 주연배우들이 많은 이유는 근래 3~4년 동안에는 그들을 대체할 만한 후속 배우들이 없기 때문”이라며 “캐스팅할 때 1순위 그룹이 있다. 1순위 그룹의 경우 5~1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나면 바뀌어야 하는데 거의 변화가 없다. 특히 남자주인공의 경우 온전히 극을 이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내공과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도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핫한 젊은 배우들은 나이와 경력에서 오는 경험이 부족해 내공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에서의 20대 주연배우의 감소는 드라마 제작환경이 외주제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유명배우나 스타작가를 캐스팅해야 방송사 편성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20대 신인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하는 경우가 방송사 자체 제작이 많았던 1980~1990년대보다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