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들 헐값에 워런트 매입…지분율 높이는 데 악용
코스닥 상장사들이 올해 들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가격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BW 행사가격을 낮추면 기존 소액주주들은 물량 부담이 커지는 만큼 주가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반면 오너들은 헐값에 워런트를 매입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코스닥 상장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 행사가격을 조정한 경우는 모두 48건에 달했다.
디젠스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기존 1639원에서 1242원으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 4월 발행한 30억원 규모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행사가격을 낮춘 것이다. 행사가격을 낮추며 유통 가능 물량도 183만384주에서 241만5458주로 증가했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7월 발행한 90억원 규모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 중 일부 물량의 행사가격을 9306원에서 7651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통 가능 물량은 48만3558주에서 58만8158주로 늘어났다.
이처럼 코스닥 상장사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주가 하락 때문이다. 투자자는 신주인수권을 통해 주가가 오를 때 시가 이하로 주식을 매입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시가가 떨어지는 경우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실현하는 차익(시가-행사가격)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주인수권에 대한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기업들은 이러한 경우에도 신주인수권이 투자 매력을 지닐 수 있도록 시가 하락에 따라 행사가격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하향 조정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가격이 낮아지면 신주인수권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량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식가치는 희석된다.
아울러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낮아지면 해당 상장사의 오너들이 헐값에 워런트를 매입해 지분율을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 연구위원은“소액주주들은 신주인수권 행사로 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모른 채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