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아닌 소통으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금융사 소셜 마케팅 활용 보고서에서 “소셜 미디어의 규제 완화정책과 영향력 확산에 따라 소셜 미디어를 상품홍보 및 이벤트 채널로서 바라보던 ‘기업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고객 지향적 시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이투데이가 주요 금융사들의 SNS 순위를 조사해 보니, 상위사들은 상품 소개를 넘어 고객과 소통하는 놀이형 마케팅을 추구했다. 지난 27일 신한은행의 페이스북 팬 수는 2위 하나은행(11만6959명)의 약 2배나 됐다. 일반적으로 팬 수는 페이스북 인기의 척도가 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28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명절에는 동전으로 윷놀이??’라는 글과 함께 설 명절 전통 놀이 문화를 소개했다. 업종 본연의 ‘돈’이라는 특징과 ‘놀이’를 융합시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앞서 신한은행은 새해 첫날 ‘월별로 변화하는 스미싱 수법’을 알리거나 ‘명세표 제대로 버리기’ 등 각종 보안정보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달하면서 마치 친한 지인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삼성화재(21만1348명)의 페이스북 팬 수는 2위 동부화재(2만1581명)의 10배나 됐다. 이는 1, 2위의 격차가 경쟁이 어려울 정도로 벌어진 것을 보여준다. 신한은행과 삼성화재가 페이스북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증거도 된다.
특히 삼성화재의 또 다른 페이스북 계정 삼성화재다이렉트(9만4840명)만 해도 팬 수가 나머지 △동부화재(2만1581명) △현대해상(1만1561명) △LIG손해보험(6944명) △메리츠화재 걱정인형(1149명)을 합한 것보다 많다.
하지만 카드 업종에서 국민카드(17만5668명)와 삼성카드(16만2564명)의 페이스북 팬 수는 접전 양상이었다.
삼성카드의 경우 페이스북 설명 글에 “카드회사 다니는 친구가 한 명쯤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바로 그런 친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답글가능 시간: 평일 9~6시”라고 밝히고 있다. 고객의 눈 높이에 맞춰 다가가겠다는 것이 삼성카드의 의지다.
생명보험에서는 △삼성생명(7만6827명) △한화생명(5만2030명) △교보생명(3만5379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측은 “금융회사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규제가 엄격하고, 자칫 고객정보 유출 등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를 제한적인 범위에서 활용하거나 직원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최근 금융회사들이 고객지향적 입장에서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페이스북에서 금융 문의 가상브랜치인 ‘하나토크토크(HanaTalkTalk)’를 평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해 각오를 댓글로 남기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영화 예매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해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기업은행은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내용을 은행 사이트 첫 화면에 배치해 내용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IBK은행다반사’라는 코너를 통해 은행 직원들이 겪었던 일화를 만화로 소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은행은 매주 화요일마다 페이스북에 ‘우리INSIGHT’를 개시해 자산관리 재테크에 참고가 되는 금융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새해나 각종 기념일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하면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국민은행 이벤트에는 수백명의 고객들이 응모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페이스북 팬이 5만2385명으로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서도 SNS 강자다. 기존의 금융상품이나 서비스 소개 등 일상적인 정보 제공에서 한발 더 나아가 씨티카드 이용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점이 차별화됐다.
이렇게 금융사가 소셜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SNS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직원 각자가 고객과의 소통에 주체로서 참여한다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많은 금융기관들에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SNS 활용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재미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면 은행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친근감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