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망울, 늘씬한 몸매,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의 그가 무심한 듯 챙겨주는 배려에 왠지 세대불문 뭇 여성들은 기대고 싶어진다. 신촌하숙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맥주 한 잔 기울일 때 목젖 내보일 듯 크게 웃던 쓰레기 형. 아끼고 좋아하는 여동생 나정(고아라)을 바라보다 말없이 큰 눈 한 번 깜빡여주던 쓰레기 오빠(드라마 ‘응답하라 1994’). 말썽 부려 수감된 자신을 찾아온 어머니에게 “내는 잘 있다. 사식 넣어 달라”며 오열하던 철부지 부산 고등학생 짱구(영화 ‘바람’)를 연기한 정우에겐 아련한 추억과 연민 동시에 순진무구함이 깃들어 있다.
24일 이투데이에서 만난 정우는 최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대중에게 폭발적 사랑을 받으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도 불구, 여전히 밝은 미소를 띄며 자신에게 준 팬들의 사랑에 크게 감사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감사한 마음이 우선이다. 아직까지 제가 작품이 솔직히 끝난 것 같지 않아서 감사하면서도 정신없이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기존에 좋아해주셨던 분들도 감사하지만, 알아주시니까 더욱 감사하다.”
올해로 데뷔 14년 차. 정우는 영화 ‘바람난 가족’,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이름난 작품부터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동네 건달, 양아치 등 단역과 조연으로 출연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롭고 험난했을 길이다.
“무던한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남의 것을 탐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제가 모르는 사람이 잘 되면 잘 되나 보다 싶고. 좋아하는 사람이 잘 되면 좋다. 사실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제가 지금 준비하는 것들이 당장 표출되지 않더라도 묵묵히 임하고, 언젠가 기회가 오면 또 좋은 작품 만나게 돼있을 것이고, 그걸 계기로 해서 배우로서 그 때 그 때 그 작품에 충실하다보면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긍정 마인드로 켜켜히 세월을 견뎌온 그는 2009년 자전적 영화 ‘바람’ 속 실감 나는 생활 연기로 대종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정우는 ‘응답하라 1997’을 만든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한 눈에 쏙 들었다. 지난해 이들이 손잡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정우는 주연 쓰레기로 대한민국 여심을 한바탕 휩쓸었다.
“정우라는 배우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해준 작품이다. 그 전에는 어떻게 보면 땅 속에 있었을 지도”
호탕하게 웃어보인 그에게 ‘응답하라 1994’는 출연진 모두가 털어놓듯, ‘좋은 사람’과 함께한 작품이라 의미 깊었다.
“이 작품에서 좋은 스태프, 연기자, 감독님을 만났다. 그 점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거기에 작품 통해 큰 사랑 받았으니 힘도 난다.”
사실 이렇다 할 대표작 없이 전전해온 정우를 재평가시켜준 ‘바람’은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를 만나게 해준 작품이다. 그 역시 가장 애착 가는 작품으로 ‘바람’을 꼽았다.
“시작할 때 마음은 모든 작품에 다 애착이 간다. 그럼에도 ‘바람’이지 않을까.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고, 신인상을 받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람’, ‘응답하라 1994’처럼 자신을 재평가해줄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의 계기가 된 ‘응답하라 1994’를 뛰어넘을 새 작품에 대해 정우는 의외로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담담히 지금에 이르기 한 자신을 털어놓았다.
“꿈이니까. 꿈을 이루고 싶었고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 저는 항상 된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인 생각으로 달려왔던 것 같다. 드라마 하나 잘됐다고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응답하라 1994’가 잘 된 것이고, 이 작품을 통해 사람에게 알려진 것 뿐이다. 이 작품을 많이 사랑해주신 것이고. 이 작품을 통해서 제가 출연했던 전작들도 사랑해주고 계시고 감사한 마음이 들죠. 그 이상의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