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로 금융권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고객 보호를 외면한 채 돈벌이에 급급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현대카드가 금융당국의 유료 정보보호 상품 판매 자제 요청을 무시한데다 현대캐피탈은 편법을 동원해 부대업무를 확장해온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자제 요청에도 유료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으며, 현대캐피탈은 본업비율 규정을 어기고 신용대출 등 부대업무를 확장해온 사실이 드러나 조만간 제재를 받을 예정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정태영 사장이 모두 총괄하고 있다. 디자인과 혁신 경영으로 금융권 유명 인사인 정 사장이 최근 고객보다는 수익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당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2011년 해커의 침입으로 고객 175만명의 정보가 유출돼 정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수익성만 고집해 당국의 고객 보호 지도가 잘 안되고 있다"면서 "현대캐피탈도 현대카드나 별반 다름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들 회사가 수억원씩 들여 외국 연예인들 데려와 슈퍼콘서트 같은 전시성 행사를 하기보다 고객 보호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카드사에서 1억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신용평가사와 제휴해 신용정보 보호서비스 판매를 지속하자 금융당국은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 직원이 연루된 대규모 정보 유출로 대규모 고객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런 서비스를 돈 받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일정 기간 중단하는 성의를 보였으나 현대카드는 '영업 방해'라며 금융당국의 요청을 일축했다.
문제는 현대카드가 지난해에만 부적절 영업으로 금융당국에서 두 차례나 제재를 받는 등 내부 통제가 양호한 금융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2007년 6월~2012년 8월에는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사망자 5명의 명의로 5개의 신용카드를 발급하기도 했다.
현대카드 남대구 지점 소속 모집인 A씨는 연회비 1만5천원의 4배에 달하는 현금 6만원을 카드 가입 대가로 지급했다가 적발되는 등 모집인 과다 수수료 문제도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올해 현대카드를 비롯해 고객 보호에 미흡한 여신전문금융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을 벌여 문제점이 발견되면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카드사에 대한 현장 검사는 집중적으로 내부통제를 들여다보게 되며 특히 고객 보호를 제대로 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캐피탈업계 1위 현대캐피탈의 영업 행태는 더 심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현대캐피탈에 대한 검사를 통해 본업인 할부·리스보다 부대업무인 신용대출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한마디로 할부금융사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신용대출 장사에 치중했다는 의미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말에 이를 시정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했다는 점이다. 중고자동차 대출 상품인 '오토론'은 신용대출 상품인데 할부인 것처럼 속였다가 나중에 신용대출로 바꿨다.
본업 비율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는 것은 캐피탈 업계에서 현대캐피탈이 처음이다.
현대캐피탈은 캐피탈 영업 속성상 업무 영역이 모호하며 지난해 금융당국의 지적 후 시정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당국을 속이려고 오토론을 여기저기 끼워넣는 수법을 동원했다"면서 "본업 비율을 어긴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