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힐링]저 나무는 왜 치마를 입고 있어요?

입력 2014-01-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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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의 가드닝

눈이 왔다. 베란다 창문 밖으로 보이던 다양한 색의 조합들이 오늘은 하얀색과 회색으로 통일돼 보였다. 오늘이다. 그동안 춥다고 밖에 못 나가고 있었는데 집안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핑계가 생겼다. 더구나 얼마전 어린이집에서 눈썰매 탄다고 애들 방수바지와 부츠까지 샀으니 준비는 완벽했다. “눈이 많이 왔네, 여보! 애들하고 요 앞 공원에 갔다올게.” 하하. 성공이다. 그렇게 집에서 나와 눈구경하러 공원으로 갔다. 나만큼이나 밖에 나와서 좋은 큰아들이 저만치 앞서 걷다가 뒤돌아서서 나를 부른다. “아빠~ 저 나무는 왜 치마를 입고 있어요?” 잠복소를 설치한 소나무를 보며 아들이 물어본다. 해충방제를 위해 설치했다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보온소로 바꿔 설명했다. “민재도 겨울에는 추우니까 옷을 두껍게 입잖아. 나무는 춥다고 따뜻한 곳으로 움직일 수 없고, 옷도 없으니까, 사람들이 저렇게 옷을 입혀놓은 거야.”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보온소와 잠복소이다. 일반인 중 나무 관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잠복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보온소를 잠복소라고 하면 곤란하다. 엄연히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잠복소(潛伏巢)란 기온이 내려가면 월동을 위해 해충이 나무에서 땅 밑 은신처로 내려오게 되는데 이때 해충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짚이나 새끼 등으로 나무 기둥(보통은 지면으로부터 1.2m 높이에 설치한다)에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유인된 해충을 봄에 제거해 태워버림으로써 그 속의 해충들을 제거하는 병충해 방제의 한 방법이다. 보온소(保溫巢)란 추위로 인해 나무가 얼어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위에 약한 나무(배롱나무, 감나무 등)를 짚으로 감싸주는 것이다. 둘 다 나무의 겨울나기를 위한 방법이지만 목적이 다르므로 말도 구별해 써야 한다. 특히 근래 들어 제설작업에 쓰이는 염화칼슘에 의해 가로수 및 띠녹지에 있는 수목들의 피해가 많다 보니 보온소의 일종인 방풍막을 설치해 피해를 저감시키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관행적으로 잠복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된다고 학계에서 주장하고 있다. 잠복소를 이용해 잡는 해충인 미국흰불나방과 솔나방 등이 1980년대 초에는 천적도 없고 방제방법도 발달하지 않아 잠복소를 이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약제도 발달했고, 해충들의 천적인 맵시벌, 침파리, 거미 등 토착천적들이 많아져서 피해 발생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잠복소 설치가 오히려 유익한 익충을 잡을 수도 있다고 한다. 또 설치 시기가 연말인 11월이다 보니 수목관리 잔여 예산을 정리하기 위해 지출하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빠, 저 큰나무가 저렇게 작은 옷을 입으면 엄청 춥겠어요. 좀더 따뜻하게 큰 옷을 입히면 안 될까요?” 처음에 거짓말을 하니 말이 꼬인다. 한참을 고민하다 대답한다. “저 나무가 춥지 않도록 민재가 가서 꼬옥 껴안아 줘. 그러면 나무가 춥지 않을 것 같은데….” “나보다 아빠가 더 크니깐 아빠가 껴안아주세요.”이런 망할! 거짓말하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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