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과연 그럴까? 백화점 업계 사람들은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수료’로 뭉뚱그려진 이름 안에 임대료, 사은행사 등 마케팅비용, 세금, 전기료, 관리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은 거론되지 않는다는 항변이다. 실제로 백화점 업계 평균 이익률은 5%에도 못 미친다.
단독 점포 대신 백화점에 입점한 ‘을’의 선택 역시 비용과 효용을 계산한 결과다. 스스로 점포를 구해 고객을 모으는 비용보다 백화점 수수료가 적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니 입점 계약을 맺었을 터다.
특히 백화점은 수수료를 매출액에서 일정 비율로 가져가기 때문에, 입점업체는 매출이 적을 경우 수수료도 그만큼 줄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반면 백화점은 수수료 수입이 줄더라도 기본적인 판매 관리비를 계속 지출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입점업체보다 더 큰 위험을 떠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수료 인하 압박은 꾸준히 백화점을 향하고 있다. 투자 여력을 고려한다면 현재 이익률 5%는 그야말로 빠듯한 수준이라는 업계 비명이 엄살로만 들리는 것일까.
상생 이슈가 한참 뜨겁던 편의점에서도 가맹본부에 만족하는 점주들의 목소리는 수면 밑에 있었다. ‘재고율 50%’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도시락 2개를 발주해 1개를 팔지 못한 것’이라는 상황을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편의점 업계 사람들 역시 속상했던 마음은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이고, 갑의 횡포는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방향으로 난 길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목적지로 데려다주지 않는다. 백화점 수수료를 끌어내린다고 경제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다. 공공의 적을 만들어 윽박지르는 불통보다, 시스템을 찬찬히 뜯어보는 소통이 아쉽다. 언제까지 갑은 절대악으로만 남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