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이어 약사회도 “전면투쟁”…‘의료대란’ 전운 고조

입력 2014-01-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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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의료영리화…민영화 2라운드로 번지나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1일 향후 진행될 의료계 파업 로드맵을 정하는 ‘총파업 출정식’을 갖는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법인약국 도입 발표 이후 촉발된 정부와 의약계의 갈등이 결국 정면충돌로 격화되는 셈이다.

특히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이 의료민영화로 가는 전 단계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번 충돌이 자칫 철도민영화 논란에 이은 민영화 2라운드로 비화될 수 있다.

철도파업이 그랬듯 양측의 싸움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진료 거부가 심화되거나 장기간 이어지면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사태로 악화될 수 있다.

정부는 일단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근본적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의료계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구체적 개선 방안 없이 논의만 하자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퇴짜’를 놓은 상태다.

◇ 의료민영화 논란의 시작 ‘투자활성화 대책’=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 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대목은 의료기관의 부대 사업 목적 자법인(자회사) 설립 허용이었다.

그동안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은 허용되지 않았다. 의료법인이 진료 외에 할 수 있는 부대 사업으로는 산후조리원, 장례식장, 주차장, 구내식당·매점 등 8개 분야였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인해 의료기관은 부대 사업과 해외 의료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의 자회사을 설립, 환자 진료는 물론 그외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이에 의료기관은 임대, 숙박업(호텔), 여행업, 외국인환자유치업, 온천·목욕장업, 체육시설업 등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이 같은 대책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최근 병원의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의료법인의 경영난이 가중됐고 학교법인인 대학병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돼 이 같은 대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료법인 간 합병과 약사면허자들을 대상으로 법인 형태의 약국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이 함께 포함됐다.

앞으로는 병원 간 합병이 허용되고 약사들이 모여 법인약국을 설립할 수 있게 돼 약국의 대형화, 프랜차이즈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 의료계 이어 약계도 반발…정부와 전면 투쟁 선언=이 같은 정부의 발표 뒤 의료계와 약계는 의료민영화로 가는 단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논란은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퍼져 국민에게 불신을 심어주는 사건으로 확대됐다.

이에 청와대와 새누리당,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모두 나서 “의료민영화는 절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중소 병원의 경영상 어려움을 개선하려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환자와 종사자 편의 증진에 국한된 사업만 하겠다는 것으로, 영리병원 허용이나 의료민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건의료시민단체와 대한약사회 측은 이번 대책이 의료민영화의 전 단계를 넘어 그 자체가 민영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채권 발행 허용, 부대 사업 대폭 확대, 인수합병과 법인약국 허용은 의료영리화와 상업화를 막아왔던 핵심 규제장치를 완전히 풀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료가 급속하게 영리화, 상업화 길로 들어서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 역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문제점은 보건의료를 건강권 문제가 아닌 돈벌이 문제로 보는 것”이라며 “법인약국 도입의 종착지는 결국 의료영리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견으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약계의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오는 11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어 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진행될 투쟁 로드맵을 확정할 방침이다. 약계 역시 결의대회를 통해 정부와 전면적 투쟁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복지부 ‘의-정 협의체’ 제안, 향배 촉각=갈등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자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3일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 등에 반발해 진료 거부를 예고한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문 장관은 의료단체장들과 별도의 간담회에서 원격의료, 투자활성화 등 현재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의료 현안에 대해 정부, 의료계, 가입자단체 간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원격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를 잘 안다”며 “정책의 취지를 잘못 이해해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의 공공성, 접근성, 형평성을 높이는 게 정부의 기본 책무”라며 “이를 근간으로 국민 편의와 의료 서비스 질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문 장관이 언급한 협의체는 원격의료뿐 아니라 의료계가 그간 요구해온 사항까지 포함해 종합적 의료정책을 점검하자는 취지지만, 의료계가 이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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