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4년간 몸 담았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6일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이 같은 뜻을 내비치며 “LG상사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다음달 27일 열리는 총회를 끝으로 경총을 떠난다.
이 회장이 지난해 말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그의 퇴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경총 회장은 통상임금 등 늘 이슈가 되는 노사 문제를 다루고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만큼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하는 자리다. 그가 LG상사의 대표를 맡게되면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해진 이유기도 하다.
동시에 경총은 지금까지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온 이 회장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큰 과제가 생겼다. 적시에 후임자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 이수영 전 경총 회장이 2010년 2월 갑작스럽게 사퇴한 이후 이 회장이 취임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이 자리를 과감히 떠나겠다고 결심한 이 회장 역시 새롭게 부여받은 ‘LG 상사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중대한 미션을 앞으로 잘 풀어가야 한다. 그는 기업과 공직을 비롯해 경제 5단체 수장까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40여년 간 단 하루도 업무에서 손을 떼본 적이 없는 만큼 세간의 기대감도 크다.
이 회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1972년 행정고시(12회)를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한 뒤 상공자원부 사무관, 대통령비서실 서기관, 제3대 산업자원부 차관을 거쳐 2003년부터 3년간 제8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또 2006년부터 3년 동안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냈고 이후 STX에너지, STX중공업, STX건설 회장직을 맡았다. 2010년 9월부터는 경총 회장직(2012년 2월 재선임)도 함께 수행해왔고 이제 LG상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한편 이날 회장단 회의에는 이 회장을 비롯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 11명이 참석했다. 이 중 이 회장을 제외한 10명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경총은 총회 이전에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